[기고/이건 순경 = 서산경찰서 서부지구대]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경고성의 작은 사고가 29번 일어나고 이에 앞서 300번이나 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다. 1930년대 미국 보험회사 직원이었던 하인리히는 그의 저서인 '산업재해예방'에서 대형 사고는 우연히 혹은 어느 순간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징후들을 방치하고 소홀히 했을 때 나타난다고 역설했다.

학교폭력 분야도 이 법칙에서 예외가 아니다. 학생들은 신학기를 맞아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과 함께, 학기 초부터 서열 정립을 위한 상호 대립으로 인해 기대와 우려가 상존한 교실풍경 속에 놓여 있다.

최근 들어 학교폭력은 주로 중학생의 비율이 가장 높게 발생하지만 최초 학교폭력 발생연령은 초등학교에서도 급증하는 등 학교폭력 가해 연령대가 낮아지고 가해유형도 물리적 폭력을 넘어 다양화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핸드폰으로 접근 가능한 SNS, 문자메시지 등 집단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행태로 변화해 교묘하게 특정 상대방을 지속적·집중적으로 괴롭히는 등 언어·정서적 폭력도 도를 넘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 징후를 보면 피해학생의 경우 갑자기 과도한 용돈을 요구하고, 작은 일에도 깜짝 놀라거나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가족 등 주변 사람에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등 급격한 정서적 변화를 보인다고 한다.
 
2012년 이후 불어온 학교폭력 근절 붐으로 학교전담경찰관(SPO)을 중심으로 우리 모두가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있다는 진정성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음지에서 더욱 지능적으로 암수범죄화 되는 학교폭력에 맞서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제 학교나 가정에서도 아이들과 깊은 대화를 통해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교사나 부모님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 조성으로 학교폭력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처하는 사회 전반적인 관심이 절실하다.

'이정도 쯤이야', '남도 다하는데' 등과 같은 생각이 피해학생에게는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로 연결됨을 인식하고 경찰관 뿐 만 아니라 전 국민이 우리 아이의 작은 변화나 사소한 징후에 기민하게 대응해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하인리히 법칙의 역발상이 반드시 필요한 때다.

호시우보(虎視牛步)라는 말처럼 소의 우직한 걸음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며 호랑이의 예리한 눈처럼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자세가 안전한 학교를 만들고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