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수길 순경 = 서부지구대] 가화 만사성이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일은 가정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다.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것이다. 물론 싸우지 않고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비오고 난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도 있듯이 싸우고 난 뒤에 오히려 사이가 더 돈독해 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정도를 넘어서는 싸움은 가정을 파괴하고 나아가 사회를 병들게 한다.

가정폭력이 빈번한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정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창 커나가면서 자아를 형성할 시기에 아이들은 폭력적 행동과 언어를 쉽게 학습할 수 있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자녀를 보호해야 할 가정에서 미래의 범죄자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가정에서 평안을, 행복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은 밖에서 그러한 것들을 찾아내고자 또래 집단에서 또래들과 어울리며, 가출을 하기도 하고, 비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들은 부모들과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며 나아가 한 가정 전체가 위기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가정폭력사건 현장에 출동하여 진술을 청취하다 보면 가끔씩 "남의 일에 왜 참견이냐"
"내 가족이니까 내가 알아서 한다 경찰은 빠져라"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예전에는 가정사니까 가정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처리를 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아니다. 경찰에서도 가정폭력사건은 결코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상이며, 행동 지침도 대폭 개선되었다. 단지 "괜찮으니까 가봐라"라는 일방의 말만 듣고 가서는 안되며, 반드시 상대방을 확인하고 진술을 청취해야 하며, 문을 열어주지 않을 때에는 경찰관 스스로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강제적으로 문을 개방하고 들어 갈 수 있는 현장출입조사권이 있어 사건 현장에 직접 들어가서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가정폭력은 이제 더 이상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는 4대악 근절 대상의 하나인 만큼 경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시민과 경찰 간에 긴밀한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