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창배 수필가, 현 개화초등학교 행정실 근무] = 어렸을 적, 아버지를 따라 산에 땔감을 구하러, 나무를 하러 다닌 적이 있었다. 영문도 모른 채, 아버지 뒷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삭정이와 썩은 나무들을 지게에 가득지고 산을 내려오는데, 그때만 해도 땔감이 부족하여 산에서 나무들을 마구 베어오는 통에, 민둥산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시원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일일이 나뭇더미를 검사하는 것 이었다.

우리는 생나무를 자르지 않고, 마른 나뭇가지만을 가져와 빼앗기는 것을 모면할 수 있었다. 그때도 산림자원을 보호해야 하는 의지와 취지가 있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아버지는 그 나무를 이용하여 밥도 지어먹고, 외양간에 있는 소를 무척이나 애지중지 했기에 쇠죽을 끓여 주는데 유용하게 사용됐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몸에선 언제나 쇠똥 냄새가 배어 있었고, 온 산을 헤매느라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상처투성이였었다.

나는 그저 졸래졸래 따라 다녔을 뿐, 별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지금 그때의 아버지 나이를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헤아려 본다. 그 체취는 삶의 고단한 세상살이와 찌든 생활이었지만, 가족의 생계와 환금수단인 소를 위해 참으로 열심히 사셨다.

어쩌다, 나무할 곳이 없으면, 제재소에서 나무껍질을 벗겨오고, 방앗간에서 그 뽀얀 먼지투성이를 뒤집어쓰면서 왕겨를 자루 가득히 담으시며, 씨익 웃으시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온갖 오물들이 거쳐 간 냇가에서 갈대를 베어오고, 마침 벌목이라도 하는 곳이 생기면 남들은 경운기에 가득 싣고 다녔지만, 우리는 조그만 손수레에 몇 둥치 실으면 그만이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흐뭇해하며 그만 싣고 가자며, 그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으셨다. 그랬었다, 그때는 벌거숭이 민둥산이 많았고, 너도나도 땔감을 구하려고 앞다투어 새벽같이 드나들곤 했었다.

이젠, 산림박람회가 열려 "건강, 인간이 숨쉬는 숲"이라는 주제로 갖가지 행사가 이뤄지고 건강에 좋다는 숲을 조성하여, 피톤치드가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가로수도 감나무, 사과나무 등 유실수를 심어 아름다운 거리를 조성하기도 한다.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길을 걷다보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듣고 싶어 일부러 힘껏 밟아 보기도 한다.

흙을 밟을 기회가 없어 농로길을 걸어보고, 뒷산 낮은 산허리를 돌아보기도 하고, 이파리 파랗게 물든 계절에는 조그만 암자를 찾아 그 곳에서 삶의 위안을 찾기도 한다.

"올래길"이란 길도 생기고 건강에 좋다는 삼림욕장, 공예관, 희망과 예술의 숲이 있어 현대인들의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곳도 있다.

옛날 사람들은 모든 존재에 생명이 있다고 했다. 동네를 지키던 느티나무에도, 저 멀리 뚝 떨어진 곳에 홀로 놓여 있는 바위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풀 한 포기, 돌맹이 한 개에도 생명이 있다하여 함부로 대하지 않았듯이, 작금의 골프장과 각종 휴식공간을 위해 수없이 잘려나가는 나무들을 보면 정말, 안쓰럽고 애석하기 이를 데 없다.

아버지께서, 쇠죽을 먹이고 잔털 곱게 쓰다듬던 소를 장에다 내다 팔고, 새로 송아지를 살 때의 서운함이 있고, 나무하러 갔다가 강풍에 쓰러진 밤나무 밑둥이를 흙으로 살짝 덮어주던 아버지, 소 꼴 베러 갔다 논두렁에 소가 좋아하는 풀이 있어 풀을 베다가, 콩을 베었을 때 왜 그리 미안했던지....

이제 우리는 어떤가, 조금 불편하다고, 시야를 가린다고, 지저분하다고, 따낸 공사를 강행한다고, 우리의 산림을 우리의 자연을 마구 훼손하여 생명을 경시하는 이 시대의 오점,

우리는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하고, 고목에 생긴 구멍은 우리 인간의 그리움이라 생각하고, 갈증에 시달리는 우리 모두를 생각하며, 숨 쉬는 모든 것들을 생명의 끈으로 이어나가야한다.

임종복 기자 imjbpr@naver.com 임종복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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