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내 고향 Ⅱ
최창배 시민기자
임종복 기자입력 : 2013. 09. 10(화) 17:48
산골마을의 어둠은 일찍도 찾아온다.
뒷산으로 이어진 나지막한 산들은 시나브로 음영에 휩싸이고 저 먼 능선 따라
산안개가 넘실거리며 지나간다.
간간이 들리는 산새소리에 흥얼거리다 이내 잠이 든다.
십리 정도 되는 길을 도시락과 책보를 둘러메고 학교에 도착하면 해가 벌써 중천이다.
공부는 하는 듯 마는 듯, 벌써 갈 길이 걱정이다.
행여 비나 눈이라도 오면 큰 낭패다.
지금처럼 규격화, 정형화, 획일화되지 않은 길이라 꾸불꾸불 이어진 길을 한참 돌아가다 보면, 벌써 해가 뉘엿뉘엿 해진다.
그래도 책보를 집어던지고 꼴을 베러가야 한다.
우리는 소가 유일한 재산인지라 귀하게 모셔야 했다.
쇠죽을 끓이고, 풀을 뜯기고, 때론 밭도 가는 영리한 재주도 가졌던, 가장 큰 황금 수단이었던 것이다.
열심히 키운 덕에 오일장이 서면 내다 팔아 조그만 송아지로 바꾸어 다시 우람하게 키운다.
주로 명절 즈음을 겨냥해서 키우기 때문에, 그래도 명절 때 만큼은 제법 먹거리가 풍족했다.
전기도 없었고, 수도도 없었지만, 등잔과 반딧불이와 산골에서 내려오는 청량한 물은 그 어떤 물보다도 비교할 수 없었다.
바퀴 달린 것은 자전거 한 대 뿐, 기차도 구경 못할 때였다.
그러다 오일장에 가면 별의별것이 많았다. 낯설고 생소한 것, 이상한 물건들이 즐비했다.
다 갖고, 사고 싶은 것들이었다.
허나 어디 그런 처지인가. 넉넉지 못한 생활에 환상일 뿐이지. 그들에게도 팔거나 바꾸어가는 모습에 그저 순응할 따름이었다.
아버지는 동태나 고등어를 좋아하셨다.
다소 상한 어물이라도, 어머니께서 된장을 비롯 갖은 양념을 넣고 끓이면 맛깔스런 찌개인지, 국인지도 모른 채 환상적인 맛으로 변신한다.
아버지는 "야, 기름이 동동 뜬다. 맛있겠다" 아버지께서 수저를 들면, 우리 형제들은 허겁지겁 배불리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기름진 음식을 먹지 못했으면 기름끼 있는 음식이 그리웠을까? 자문해본다.
어쩌다 마실꾼들 서넛이서 오면 줄 것이 뭐 있나. 그냥 먹던 대로 주식이요 간식인, 고구마에 동치미 국물이 최고인지라, 두런두런 얘기하며 먹는 맛이란, 어떤 서양 음식도 부럽지 않았었다.
시골은 무엇보다도 인심이 으뜸이고, 서로의 외로운 심정을 이해해주는 우리의 정은 대대손손 전해오는 전통이요, 미풍양속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서로의 힘든 일들을 잊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아픔도 고통도 함께 나누는 우리의 고향이었다.
나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우리 동네사람들을 한시라도 잊지 않고 살아왔으며, 진실로 마음속을 촉촉하게 적시며 살아왔기에 오늘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었을까 유추해본다.
그래서 가끔은, 살다 지치면 나의 텅 빈 마음을 채워주고 지탱해주는 고향을 생각하곤 한다.
기쁨과 눈물이 서려있고, 삶의 온갖 애환이 서려 있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외지인들이 점령하여 산은 무슨 펜션인가 짓는다고 깔아 뭉게어 황폐화 되고, 감나무 등 유실수는 간데없고, 우리집 옆에 있던 오리봉나무는 메타 무슨 나무로 바뀌고, 가리비 껍질로 즐비헸던 시골길은 시멘트로 바뀌고, 조그만 암자가 들어서고, 암튼 가관으로 변하고 있다.
물색없이, 풍신 떨고 나 혼자 아우성치고, 가슴을 치고 통곡해도 변하는 걸 어찌 막으랴.
그래도, 나의 고향에 있던 모든 분들의 넋이 있고, 존재감이 스며있고,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추억의 저편에 고이 남아있다.
나는 결코 잊지 못한다.
내가 태어나고, 내가 살아왔던 곳, 내 성장의 발판이 되었던, 내 기억의 한 조각이 남아 영원히 남아 보고 싶은 곳, 내 삶의 자양분으로 채워졌던, 내 고향은 앞으로도 새로움에 대한 도전과, 내 마음의 발원지가 되어 내 삶의 또한 내 마음의, 윤택함과 아름다운 고리로써 영원토록 간직 할 것이다.
뒷산으로 이어진 나지막한 산들은 시나브로 음영에 휩싸이고 저 먼 능선 따라
산안개가 넘실거리며 지나간다.
간간이 들리는 산새소리에 흥얼거리다 이내 잠이 든다.
십리 정도 되는 길을 도시락과 책보를 둘러메고 학교에 도착하면 해가 벌써 중천이다.
공부는 하는 듯 마는 듯, 벌써 갈 길이 걱정이다.
행여 비나 눈이라도 오면 큰 낭패다.
지금처럼 규격화, 정형화, 획일화되지 않은 길이라 꾸불꾸불 이어진 길을 한참 돌아가다 보면, 벌써 해가 뉘엿뉘엿 해진다.
그래도 책보를 집어던지고 꼴을 베러가야 한다.
우리는 소가 유일한 재산인지라 귀하게 모셔야 했다.
쇠죽을 끓이고, 풀을 뜯기고, 때론 밭도 가는 영리한 재주도 가졌던, 가장 큰 황금 수단이었던 것이다.
열심히 키운 덕에 오일장이 서면 내다 팔아 조그만 송아지로 바꾸어 다시 우람하게 키운다.
주로 명절 즈음을 겨냥해서 키우기 때문에, 그래도 명절 때 만큼은 제법 먹거리가 풍족했다.
전기도 없었고, 수도도 없었지만, 등잔과 반딧불이와 산골에서 내려오는 청량한 물은 그 어떤 물보다도 비교할 수 없었다.
바퀴 달린 것은 자전거 한 대 뿐, 기차도 구경 못할 때였다.
그러다 오일장에 가면 별의별것이 많았다. 낯설고 생소한 것, 이상한 물건들이 즐비했다.
다 갖고, 사고 싶은 것들이었다.
허나 어디 그런 처지인가. 넉넉지 못한 생활에 환상일 뿐이지. 그들에게도 팔거나 바꾸어가는 모습에 그저 순응할 따름이었다.
아버지는 동태나 고등어를 좋아하셨다.
다소 상한 어물이라도, 어머니께서 된장을 비롯 갖은 양념을 넣고 끓이면 맛깔스런 찌개인지, 국인지도 모른 채 환상적인 맛으로 변신한다.
아버지는 "야, 기름이 동동 뜬다. 맛있겠다" 아버지께서 수저를 들면, 우리 형제들은 허겁지겁 배불리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기름진 음식을 먹지 못했으면 기름끼 있는 음식이 그리웠을까? 자문해본다.
어쩌다 마실꾼들 서넛이서 오면 줄 것이 뭐 있나. 그냥 먹던 대로 주식이요 간식인, 고구마에 동치미 국물이 최고인지라, 두런두런 얘기하며 먹는 맛이란, 어떤 서양 음식도 부럽지 않았었다.
시골은 무엇보다도 인심이 으뜸이고, 서로의 외로운 심정을 이해해주는 우리의 정은 대대손손 전해오는 전통이요, 미풍양속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서로의 힘든 일들을 잊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아픔도 고통도 함께 나누는 우리의 고향이었다.
나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우리 동네사람들을 한시라도 잊지 않고 살아왔으며, 진실로 마음속을 촉촉하게 적시며 살아왔기에 오늘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었을까 유추해본다.
그래서 가끔은, 살다 지치면 나의 텅 빈 마음을 채워주고 지탱해주는 고향을 생각하곤 한다.
기쁨과 눈물이 서려있고, 삶의 온갖 애환이 서려 있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외지인들이 점령하여 산은 무슨 펜션인가 짓는다고 깔아 뭉게어 황폐화 되고, 감나무 등 유실수는 간데없고, 우리집 옆에 있던 오리봉나무는 메타 무슨 나무로 바뀌고, 가리비 껍질로 즐비헸던 시골길은 시멘트로 바뀌고, 조그만 암자가 들어서고, 암튼 가관으로 변하고 있다.
물색없이, 풍신 떨고 나 혼자 아우성치고, 가슴을 치고 통곡해도 변하는 걸 어찌 막으랴.
그래도, 나의 고향에 있던 모든 분들의 넋이 있고, 존재감이 스며있고,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추억의 저편에 고이 남아있다.
나는 결코 잊지 못한다.
내가 태어나고, 내가 살아왔던 곳, 내 성장의 발판이 되었던, 내 기억의 한 조각이 남아 영원히 남아 보고 싶은 곳, 내 삶의 자양분으로 채워졌던, 내 고향은 앞으로도 새로움에 대한 도전과, 내 마음의 발원지가 되어 내 삶의 또한 내 마음의, 윤택함과 아름다운 고리로써 영원토록 간직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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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복 기자 imjbpr@naver.com
임종복 기자 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