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로 말하면 상처는 몸을 다쳐 부상을 입은 자리를 말한다. 또는 정신적, 심리적으로 아픔을 받은 자취를 말하기도 한다.

고름은 오염된 상처가 곪아서 생기는 누르스름하고 끈적거리며 고약한 냄새가 나는 액체를 고름이라고 말한다. 상처가 가장 최고의 절정에 달한 상태라고 볼 수 있겠다. 우리 속담에 ‘고름이 살 되랴’는 말은 이미 그릇된 일이 다시 잘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진통은 일을 마무리하거나 사물을 완성하기 직전에 겪는 어려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대체로 몸이나 마음에 부닥치는 어려움이 위의 순서대로 진행이 된다고 볼 수 있겠다.

4년 전, 이가 문제가 생겨서 처음으로 치과에 갔다. 의사에게 주의사항을 듣고는 맨 뒤쪽에 있는 이를 하나 뺐다. 마취를 하고 이를 뽑아내고, 시간이 지나자 마취가 풀리느라 입안이 얼얼했다. 어찌나 슬프던지, 내 몸의 무엇인가가 빠져나간 그 슬픔이 무척이나 컸다.

많이 우울해하자 주변에서 겨우 이 하나 뽑고 인생 다 산 것처럼 그렇게 앉아있냐며 웃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다가 최근에 다시 치과를 찾았다.

나는 늘 속으로 ‘치과에 갈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완전히 착각이었다. 자신만만한 일은 세상에 없음을 새삼 느꼈다.

달포가 넘도록 몸살과 감기로 고생을 했다. 봄 동안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도록 몸이 어려웠다. 인지력도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이상하게도 이가 들뜨는 느낌이 들었다. 그다지 통증을 느끼지 못해서 달포가 되도록 참았다.

약국을 가면 약사님이 입 주변에 열이 많다고 하는 것이다. 자신은 많은 사람들을 대하다보니 병의 진행 과정을 알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잇몸과 이로 오면서 이가 빠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 잇몸이 붓고 아픈 것이다. 그래서 ‘호미로 막을 것 서까래로 막지 말자.’ 하면서 치과를 찾았다.

고름을 짜내느라 살짝 마취 바늘이 들어가고, 고름을 짜내는데 아파서 간호사의 손을 꼭 쥐었다. 병원 자체를 무서워하는 사람이다. 주사는 말할 것도 없고. 언젠가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링거를 맞을 때마다 무서워하니 의사가 ‘애들을 어떻게 낳았냐.’며 어이없어 했다. 산통이 훨씬 컸으니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치과치료를 받고 나오면서 어이없었다. 이제 내 몸도 병원을 필요로 하는 나이가 되었는가 싶었다. 견디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순순히 따라가자 하며 마음을 다지기도 했다.

곰곰이 생각하니 사람의 살아가는 순서가 상처와 고름과 진통의 순서다. 그리고 치료와 회복이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이며 사람살이의 과정임을 다시금 알았다 생각하니 힘들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다만 사람에 따라서 조금씩의 시간차가 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 또한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약국에 처방전을 가져가자 약사님의 첫 마디가 ‘대박.’ 한다. 그러면서 무척 안쓰러워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편안하게 사세요.’

본인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정신적으로 말하지만 몸은 이미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약국을 나오면서 인생에서 고름과 진통의 순서가 지나가는구나 하며 마음을 위로했다.

그러면서 내가 아는 모든 이들과 사랑하는 내 아이들이 건강과 평안하기를 간절하게 기도했다.

임종복 기자 imjbpr@naver.com 임종복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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