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봉사활동을 11월 중순에 다녀왔던 계기로, 빈민촌의 실상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들렀던 몇 군데의 수상가옥을 소개해본다.

첫 번째로 간 수상가옥, 말 그대로 “물 위의 집”이라는 뜻인데, 널빤지를 이어 만든 물위의 길을 따라 가노라면 정말 뜻밖의 가옥들이 나타난다.

다닥다닥 붙은 가옥들은, 수심으로부터 약 2m정도의 위에 주방 겸 거실과 방이 있는데 어디가 어디인지 구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수선하게 온갖 물건들이 널부러져 있고, 그나마 장마철(우기)에는 방 아래까지 물이 찰 정도라니 알만했다. (이곳의 날씨는 우기와 건기로 나누는데 지금은 우기임)내려오는데 다리가 후들거려 간신히 내려왔다.

주변은 서울의 예전 난지도 같은 지역인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폐기물처리장에서, 건축부자재들을 자루에 가득 채워 담는 것이었다. 아마도 자루당 얼마를 받고 팔아 살림에 보태는 것 같았다.

물은 흙탕물도 아닌 먹물처럼 시커먼 했고, 길 양쪽에 거취대 같은 것이 있는데 아마 빨래를 널 때 사용하는 것 같았다. 한편으론 무서웠고, 왠지 연민의 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주변에 “연”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수질이 많이 오염됐다는 증거인데, 연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었다.

삼거리에서 만나면, 한 사람 간신히 피하기가 힘들 정도였으나, 살짝 비켜주었더니, 헝클어진 머리와 주름진 이마사이로 배시시 웃는 할머니의 모습이 우리네 시골할머니와 너무도 흡사하여 정말 정겨웠다. 이곳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피부색은 달라도 모두 평범하다는 것을 알았다.

두 번째 간 수상가옥은 AIDS에 전 가족이 감염된 사실을, 가이드로 부터 알았다.

남자가 가족들을 위하여 객지에서 돈벌이에 급급하다 찌든 삶을 견디지 못하고, 또 의지를 이기지 못하여 가족들에게까지 병을 옮긴 것이다. 만삭의 부인은 배만 어루만질 뿐,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듯 포기한 듯 보였다.

보건이나, 복지는 따져볼 겨를이 없는 나라인 것 같았다.

빨래는 비누를 사용하여 뻑뻑 문지르는 모습이, 우리의 옛 생활상과 비슷했으나, 헹굴 물이 없어(고약한 냄새와 흙탕물임으로) 세제만 짜낸 후, 햇볕에 말려 그대로 입는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에도 잘사는 집 아이들은, 한가로이 운동장에 모여 운동경기를 하며 자기들만의 삶을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한켠에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빈민촌의 골목에는 쌀국수를 파는 어린이와 아낙네가 즐비하고, 우리나라 60년대에 못 쓰는 천이나 종이 따위를 주워 팔던 흔적과 모습과 기구들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있는 곳, 또 한곳에서는 이상한 뼈를 다루는 모습이 포착됐다. 뼈를 잘게 부순 후 물과 소금을 넣고 끓여 먹는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여기에 있는 아이들만큼은, 우리 일행이 가지런히 정리정돈해 준 서가와 책들이 있는 공부방까지는 꽤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움에 대한 열기로 늦게까지 공부하고 온다니, 미래가 밝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로 간 수상가옥은 동남아 최대호수인데, 무슨 바다 같기도 했다. 그렇게 망망대해였다.

수심 약7m의 물속에서 자라는 특이 체질을 갖춘 나무는, 마치 정글과도 같이 우거졌고, 맑은 하늘에는 쉴 새 없이 구름들이 들락날락 했고, 분주히 움직이는 수상가옥들의 하루가 중천에 익어가고 있었다.

우리가 탄 배가 지나가면, 조그만 쪽배가 다가온다.

어김없이 엄마가 운전하고 아이가 뱀을 목에 걸고 사진촬영을 요구한다.

얼마를 내고 사진을 찍으라는 제스추어 같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뱀 입을 꿰매어 관광객들에게 무서움을 진정하려한 흔적이 보였다. 눈이 왠지 희끄무레하니 자못 불쌍해 보였다.

또 다른 배가 다가와 과일, 음료수 등을 사라고 권한다.

한결같이 엄마가 운전하고 아이들이 판매한다.

안타까움을 자극하고 하소연하려는 듯 했다.

이윽고, 수상카페에서 음료수를 한 잔 마시는데,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모르나, 생선을 한 마리 사서 줄에 맨 후 나무에 묶어 악어에게 먹으라는 시늉을 하니, 악어가 달려들어 생선을 순식간에 낚아채어 뜯어먹는 광경인데 차마 보지 못할 것을 본 것 같았다.

악어에게 먹잇감을 유도하여 먹게 하려는 심산인 것 같았으나, 피가 튀는 혈전을 만끽하려는 인간의 속내가 가슴 아팠다.

호수에도 신호등이 있었다. 가이드한테 물으니 천천히와 자유, 두 가지의 신호란다.

호수에도 신호등이 있다니, 이상한 표기의 신호등이 눈에 돋보였다.

그런데, 똑 같은 것은 언제 어디를 가도, 우리의 한 점 티 없는 가을 창공처럼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이다.

우리 같으면 짜증 낼 법도 한데, 녀석들은 꾸밈이 없고 순박한 그런 얼굴의 소유자들이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의 나라, 언제든지 박차고 일어설 수 있는 꿈이 잠재되어 있는 나라, 왕성하게 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나라, 무한한 노동력과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부지런함과 검소함을 겸비한다면 무궁무진하게, 그리고 충분히 쉽게 일어서리라고 감히 기대 할 수 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희망을 꿈꾸는 그들이 있어, 이 순간과 과거는 만질 수 없지만, 때 묻지 않은 미래는 행복할 것이다. “손이 닿는 대로, 말하는 대로, 노력하는 대로, 언젠가는 꼭 이루어 질 거야” 라는 기대감에 벌써 가슴 부푼다.

임종복 기자 imjbpr@naver.com 임종복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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