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과 멸망의 길로 가고 있던 신라 860년 경문왕에 대한 설화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야기가 있다.

임금님의 귀를 보았기 때문에 괴로워 죽기 전에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하고 시원하게 외친다.

그 후로 대나무 숲에서는 바람이 불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는 소리가 들린다.
위의 내용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교훈으로 비밀은 결코 없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그리고 왕은 자신의 귀를 숨기기 위해 한 번이라도 자신의 귀를 본 이발사는 모두 죽여 버린다.

삼국유사의 기록에는 그 대나무를 베어내고 산수유를 심었다 전해진다.
‘당나귀 임금님’이라는 조태봉의 동화가 있다.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는 임금님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궐로 찾아오는 이야기꾼들의 발길이 줄어들자 임금님은 직접 거리로 나서게 된다.

그렇게 다니던 중 임금님은 백성들에게서 ‘임금님이 나랏일 왜 저렇게 하는지 모르겠어.’ ‘누가 아니래? 그 탓에 우리만 이 고생이지 뭔가?’ 듣고 싶지 않았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지?’하고 임금님은 의아해 한다.

그러다 문득 ‘그래 백성들의 말이 옳아!’ 대궐의 곳간을 열어 곡식을 나누어주었다. 백성들의 웃음소리를 듣자 기분이 좋아 자꾸만 귀를 쫑긋거렸다.

그래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되었다. 그리고 백성들 사이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문이 퍼졌다.

그때 큰나라 왕에게 줄 선물을 가득 싣고 생일잔치에 갔다. 당나귀 임금님은 큰나라 왕의 작은 귀를 부러워한다.

그런데 생일 도중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지만 큰나라 왕은 무시했다. 하지만 당나귀 귀 임금님은 궁금해 대궐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백성들의 아우성을 들었다. 그래서 당나귀 임금님은 가져온 선물을 백성들에게 모두 다 나누어 주었다. 큰나라 백성들이 하나둘 임금님의 나라로 몰려온 것이다. 그리고 큰 나라 왕은 혼자만 남게 되었다.

그래서 대나무 숲에서는 ‘당나귀 임금님은 어진 임금님’하는 소리가 바람이 불 때면 들려왔다.》

우리는 아는 이야기와 흐름은 같이 가지만 전혀 다른 발상의 기발한 동화여서 샘이 나도록 부러웠다. 아이들도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는 비슷하지만 내용이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독서 활동지에 ‘내가 임금이라면 어떤 임금이 되었을까’ 하고 물어 보았다. 대체적인 대답은 지혜롭고 착한 왕이라 했다.

1학년 남자 아이는 게임을 잘하는 왕이라고 대답했다. 2학년 여자 아이의 대답에 난 깜짝 놀랐다. ‘나라를 사랑하고 아무리 창피해도 약속한 건 해야 한다.’라는 글을 적었다. 휴대폰으로 찍었지만 서둘러 나와야 했기 때문에 되묻지는 못했다.

몇 번을 들여다보며 나 자신을 반성을 했다. 그러다하더라도 아이들에게 약속한 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적이 많았음을 알았다.

이 아이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이야기독서 시간을 재미있게 보낸다는 것만 알고 있다.

그러면서 묘하게 우리나라의 큰일과 맞물려서 이 동화를 읽는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아이들은 당나귀 임금님이 훌륭하다 칭찬했다.

그래서 흔히 하는 말로 입은 하나이고 귀는 두 개인 이유도 말하지만 상대방의 말에 얼마나 경청을 제대로 했는가 반성할 일이다.

바라는 소원이기도 하다. 들풀과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귀 기울여 듣고 행복한 웃음소리를 듣기 좋아하기를 나를 포함해 주변에 많기를 바란다.

아이들의 불평 중 하나가 ‘하나도 모르면서’하는 항의성의 볼멘소리를 듣게 된다.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지지 못하는 어른들을 향한 말이다.

동화속의 당나귀 임금님이 다스리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헛된 꿈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임종복 기자 imjbpr@naver.com 임종복 기자 입니다.

• CTN 신문사 블로그
• CTN 네이버 블로그
• CTN 방송
• CTN 페이스북
• CTN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