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ctn]5월 30일, 설레는 마음을 안고 논산으로 대천문화원 회원 문화유적답사 여행을 떠났다. 대천문화원에서는 1년에 두 차례 정도 긴 거리를 찾아가는 문화유적답사 여행이 있다. 또한 몇 차례씩 보령의 문화유적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격주로 문화원에서 목요일마다 특별한 강의를 듣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토요일 오후는 내 고장을 바로 알고자 하는 답사여행이다.
김장생을 추모하는 그의 문인들이 지은 돈암서원(遯巖書院)에 갔다.

김장생은 선조에서 인조 때의 인물이다. 인조 11년(1633년) 창건이 되고 현종 원년(1660년)에 왕이 돈암서원으로 이름을 지어 현판을 내려준 서원이다.

돈암서원을 들어서자 380여년의 세월의 향기가 다가왔다.

세월의 무게와 깊이가 오늘을 너무 가볍게 살아가고 있는 내게 다른 의미로 다가섰다.

돈암서원은 김장생을 주향(主享)으로 하고 그의 아들 김집, 송준길, 송시열 현인 네 명을 모신 사우 담장에는 지부해함(地負海涵·땅이 온갖 것을 다 지고, 바다가 모든 물을 받아주듯 모든 것을 다 포용하라), 박문약례(博文約禮·학문을 두루 익히고 예를 지켜라), 서일화풍(瑞日和風·좋은 날씨, 상서로운 구름처럼 웃음으로 남을 편안하게 하라)이 전서체로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일까, 1871년 고종의 서원철폐령에도 제외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부해함(地負海涵) <땅이 온갖 것을 다 지고, 바다가 모든 물을 받아주듯 모든 것을 다 포용하라.> 이 말에 내 마음은 아이들 말 그대로 꽂힌 것이다.

이 한자를 읽고 금방 뜻을 이해한 것은 아니다. 아니 미처 읽지도 못했다.

처음 봤을 때는 예쁜 꽃모양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글자를 읽어주고 뜻을 해석해 주자 뜻을 새기면 새길수록 마음에 다가서는 것이었다. 그제야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의 문인들이 고요한 걸음으로 담장 길을 걸어가며 뜻을 늘 새겼을 것이다.

세상을 변화 시키자는 마음을 다지고 다졌을지도 모르겠다.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그런 결심을 말이다.

얼마만큼 마음이 넓어야 하고 얼마만큼의 대범함이 있어야 이 모든 것을 다 포용할 수 있을까.

땅이 온갖 것을 다 지고 있단다. 세상의 삶의 무게를 생각해 보아야 할까. 그리고 세상에서 들어오는 거센 물결은 얼마나 거칠 것인가. 그런데 그때도 지금도 다 포용하란다.

김장생의 문인들은 조정에 출사를 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들은 실천을 하고자 많이 노력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곳이 되었든 지도자의 위치를 갖는 사람들이라면 이 말을 좌우명으로 삼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소시민의 아픔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을까. 공연한 상상을 해 보았다.

가정이든 학교든 어디에서고 다 포용을 못하기에 갈등하고 미워하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완벽한 포용도 완벽한 이해도 결코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삶이다. 하지만 노력이라도 해 보았는가.

은근슬쩍 발을 빼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나는 지도자가 아니니까 하는 생각이 마음 한 켠을 휘돌아나간다.

다 포용하라 해서 악조차도 포용하라 하는 것은 아니겠지. 참고 기다려보라는 것이겠지. 잘 귀 기울여서 들으라는 말도 되겠지.
세월이 더 흘러가도 이 말은 변하지 않는 말이 될 것이다. 세월은 상황의 변화는 있어도 참된 말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임종복 기자 imjbpr@naver.com 임종복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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