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책을 읽지 않아도 이 책의 제목을 말하면 누구나 ‘아’하고 감탄을 하는 책이 있다. 비록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도 그 책을 읽고 감동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다.

하지만 이 책은 세대에 따라서 이해하는 방법도 느낌도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맨 처음 읽었을 때는 나무의 희생에 그저 감동을 받았다.

나무의 일방적인 희생에 감탄했고, 소년의 무작정 다 가져가는 것이 조금은 얄밉다는 생각을 했다. 좀 놓고 가져가지 했다. 그리고 가져갔으면 중간에 자주자주 찾아오기라도 하지 그러면 나무가 덜 슬펐을 텐데 했다.

나라면 약아서 결코 다 주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저 소년의 배신과 같은 행동에만 집중을 했다.


『소년이 어렸을 때는 사과나무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사과나무는 행복했다.

성장한 소년은 무언가 사고 싶고, 갖고 싶은 나이가 된 것이다. 고민을 말하자 사과를 모두 다 따가서 팔아서 쓰라고 말한다.

세월이 지나 다시 왔을 때 결혼을 하고 싶은 소년은 집이 필요하다 했다. 그러자 사과나무 줄 것이 없으니 가지를 베어다 지으라 했다. 나무는 행복해 했다. 그렇게 또 세월이 흘렀다.

한참의 세월이 흘러서 소년은 다시 찾아와서 배를 가지고 싶다 했다. 여행을 가고 싶어서란다. 사과나무는 줄기를 베어다 만들어서 떠나라 한다.

그런데 소년이 베어가자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나무 밑동만 남아 있을 때 소년은 다시 왔다.

사과나무는 함께 놀자 하지만 그러기에는 자신은 너무 늙었다고 말한다. 그저 피곤해서 쉬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자 나무 밑동에서 쉬라 말한다. 그러자 나무 밑동은 진정으로 행복해 한다.』

사람은 세상을 살면서 아직 무언가 필요하지 않은 나이에는 사과나무와 함께 있다. 그래서 서로가 행복하다. 지금 나는 딸이었고, 부모가 되었다.

무언가의 욕구가 필요한 나이가 되자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돈이 있으니,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나무는 생각나지 않았을 것이다.

독립을 하게 되자 집이 필요해 가지마저 가져갔지만 나무는 행복해 했다. 하지만 줄기를 베어가 배를 만들었을 때 행복하지만 정말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대목에서 마음이 아파왔다.

사과나무는 소년을 무척 기다렸을 것이다.
사과나무가 사과가 없다 하자 이가 나빠 먹을 수 없고, 그네를 탈 가지 없다 하자 늙었고, 오를 수 있는 줄기가 없다 하자 기운이 없다 했다.

이렇게 돌아온 소년이 사과나무는 야속하지는 않았을까? 이제는 사과나무와 놀지 못한 채로 돌아온 소년이 난 미웠을 것이다. 한참 푸르른 청춘에 나를 찾아와서 내 나무에서 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 아름다운 동화에 생각의 때를 확 묻혀버리는 느낌이다.
짧은 동화지만 나무와 소년의 일생을 집약해 놓았다. 사과나무는 밑동이 남도록 소년을 기다렸다.

떠나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을 때는 행복하다 말하면서 진정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사랑은 무조건 기다리고 행복해해야만 하는 것일까. 슬퍼도 슬프다고 말하지 않는 것일까. 이렇게 다 사랑받는 소년이 부럽다. 필요한 순간에 누군가 옆에 있다는 사실도 부럽다.

아마도 나는 다 주는 사랑을 하지 않아서 일 것이다.
세월이 지나서 결국은 자신에게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온 소년을 받은 사과나무는 진정 행복해 했다. 그래서 최종 승리자는 사과나무이다.

뒷부분에서 나는 나무 밑동 아래 흙에 자신의 몸마저도 맡겼을 거라는 상상을 해본다.

그래서 다 주는 사랑이 행복한 것일까? 나는 언제 이 경지에 이르게 될까?

임종복 기자 imjbpr@naver.com 임종복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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