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 백설희 노래>

몇 년 전 신문기사에 60대 이상의 시인들이 좋아하는 한국가요 중에서 이 노래를 제일 좋아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있었다.

그 이유는 시적인 운율이 있고 2절의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라는 가사에서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것만이 이유가 아니다. 시인들마다 사람들마다 느끼는 감정의 정서가 다르다. 하지만 가사의 절묘한 구절들이 마음을 파고든다. 짧은 봄날을 사랑하는 님과 자연과의 동화와 인생의 날을 아쉬워하는 가사는 아직 여름날과 같은 내 인생에서도 느껴지는 감정이 남다르다.

그래서 마음먹고 이 노래를 배워보려고 하지만 생각만치 잘 되지를 않는다. 노래를 못한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따라부르기가 힘들다. ‘큭’ 하고 웃음이 터진 것은 아직 내 인생이 이 노래를 다 이해할 수 있는 지경은 아닌가 보다 하며 위로한다.

때로 그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피는 봄꽃은 비바람에 속절없이 떨어진다. 그리고 봄은 무척 짧기만 하다. 그렇게 이겨냈으면 긴 시간을 우리 곁에 있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지만 흘러가는 세월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잠시만 맛을 보게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속절없이 비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이 안쓰러운 계절이다.

계절은 변함없이 순서도 바뀌지 않고 왔다가 간다. 봄꽃이 피면 비바람이 한 번 흔들어서 떨어질 꽃잎은 일찍 떨어낸다. 그러면 어린 열매를 남기지 못하는 꽃도 있다. 또 그 자리에 꽃이 핀 흔적을 남긴다. 그것은 한 여름을 함께 보낼 어린 열매이다. 그 어린 열매가 자라 튼실해지면 모진 태풍은 또 와서 흔들어 놓는다.

그 바람이 다 지나면 풍성한 열매를 거두는 것이다. 셀 수 없이 반복되는 인생의 일들이 이러하다.

보령노인복지관 문예창작반 어르신 중 ‘수없는 봄이 변함없이 오고 가는 것은 사람들이 봄을 다 알지 못하니까, 그 봄을 진정으로 깨닫고 느낄 때까지 봄은 쉬지 않고 찾아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해마다 찾아오는 봄을 그때마다 다른 감정으로 느끼니까 말이다. 어느 계절인들 우리에게 깊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계절은 없다. 그렇다면 언제 그 봄과 다른 계절들을 다 알게 될까.

함께 이 노래를 부르면서 공연히 내 눈에 눈물이 맺히는 듯 했다. 인생의 봄, 여름 다 보내고 가을의 깊은 성숙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다. 어쩌면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하고 계신지도 모르겠다.

다음 주는 문예창작반 학생들과 봄나들이를 떠나기로 했다. 내 목표는 ‘봄날은 간다’ 이 노래를 제대로 배우는 것이다. 그래서 멋들어지게 불러드리고 싶다. 이번 주말에 고3인 바쁜 아들이지만 피아노 반주를 부탁해 그 반주에 맞추어서 배워야겠다.
잡을 수 없는 봄일지라도 마음에 꽁꽁 동여매 놓아야겠다.

임종복 기자 imjbpr@naver.com 임종복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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