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월아 너는 어찌 돌아도 보지 않느냐/ 나를 속인 사람보다 네가 더욱 야속하더라/ 한두 번 사랑땜에 울고 났더니 저만큼 가버린 세월/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2. 청춘아 너는 어찌 모른 척 하고 있느냐/ 나를 버린 사람보다 네가 더욱 무정하더라/ 뜬구름 쫓아가다 돌아봤더니 어느새 흘러간 청춘/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후렴반복)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가요 - 고장 난 벽시계)

고장의 사전적인 의미는 ‘기계나 기구 따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 상태’를 말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무엇이든 상황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경우도 ‘고장 났다’ 라는 말을 많이 쓴다. 우리 한글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몇 해 전 비바보령아카데미 강의를 하던 강사가 청중 중에서 즉석 노래자랑을 제안했다. 그러자 어느 곳에서인가 조금은 나이 듬직한 여성 한 분이 뽑혀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제목은 ‘고장 난 벽시계’였고 ‘아, 그런 노래도 있구나.’ 하며 들었다. 그런데 가사를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에 다가서는 것이었다. 그 분에게 있어 딱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대천문화원에서 답사를 가는 중 그 분을 만났고, 그 분에게 그 노래를 신청했다.

그 노래를 하지 않으려 했지만 계속 우기자 노래방 소리에 맞춰 노래를 했다. 노래하기를 굉장히 좋아하는 분으로 역시나 변함없이 구수하게 노래를 불렀다.

대중가요를 알면 눈물을 알고 인생을 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때로 이 말이 ‘꼭 맞다’는 생각을 한다. 대학교 3학년 초봄, 보슬보슬 봄비가 내리는 캠퍼스를 걷고 있었다.

그때 교내 방송에서 패티김의 ‘초우’노래가 흘러나왔다. 마음속을 깊이 파고들었다. 그때부터 인생의 쓴맛 단맛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을까 한다.

‘고장 난 벽시계’를 그때 처음 들었지만 마음에 와 닿았다. 저 가사를 이해하는 충분한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때로 주변을 보면 세월 흘러가는 것이 그 사람들에게 적용 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 시계가 고장 나 멈춘 것처럼 세월이 멈추어서 다시 활기찬 일을 할 수 있다면 하는 안쓰러움이다. 공연한 바램이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 저만큼의 세월이 가서 누군가 나를 바라보며 이런 안타까운 마음을 가져줄 이가 있어야겠다. 그러려면 내 세월을 꿈을 향해 뛰어가야 할 것이다. 또 세월만 탓할 것이 아니라 세월을 거스르는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따라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의 나이나 겉모양만 보지 말고 능력과 열정을 가진 젊은 마음을 보는 혜안을 가져야 하리라.

그렇지만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세월이다. 어느 방패가 있어 귀밑에 찾아오는 백발을 막으며, 어느 건강이 있어 몸에 찾아오는 고통의 아우성을 멈추게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또 어느 젊음이 있어 얼굴에 찾아오는 주름을 펴게 할 수 있는가.

세월은 간다. 그렇다고 한탄만 할 수 없다. 세월을 타고 가면서 세월을 고장 나게 만들면 될 것이다. 그러면 몸은 점점 쇠약해 간다고 해도 청춘의 아름다움은 간직하게 되겠지. 결국은 늙고 싶지 않다는 몸부림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꽃샘추위라는 말, 어느 날인가 예쁜 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겨울을 이겨 낸 기특한 꽃을 시새워하는 바람을 말한다. 하지만 다 지나가는 한때의 찬바람이다. 따스한 봄을 위해 꼭 필요한 자연의 순리이다.

계절의 순서처럼 찾아오는 세월의 순리라면 기쁨으로 받아들여야 하겠지.

임종복 기자 imjbpr@naver.com 임종복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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