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ctn]오스카 와일드에 대해 이야기를 말을 한 적이 있다. 그의 작품은 생각할수록 진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요즘 그의 작품 중 ‘스페인 공주와 난쟁이’이야기가 내 마음에서 맴돌기 때문이다.

스페인 공주의 열두 살 생일날. 그녀의 웃음이 멈추지 않도록 하라는 왕의 명령에 공연이 준비되었다.

그리고 난쟁이의 공연은 공주가 부채로 얼굴을 가리는 것도 잊게 만들었고, 관객들의 눈물 빼도록 웃음을 주는 공연이었다.

그런데 공연 도중 난쟁이는 그만 공주의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공주는 고마움에 난쟁이에게 흰 장미를 던져주고, 자신의 춤을 더 보고 싶다는 공주의 말을 들은 난쟁이는 공주도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흰 장미를 들고 공주의 정원에 들어간 난쟁이는 새들에게 공주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을 한다. 그리고 공주와 숲으로 떠나는 상상을 하며 행복해 한다.

난쟁이는 공주의 마음을 알고 싶어 공주를 찾아간다. 공주의 방에서 난쟁이는 괴물과 마주친다.

그 괴물은 곱사등이에 팔다리가 휘었고, 바위를 얹은 것 같은 커다란 머리, 사자의 갈기처럼 뻗친 검은 머리카락의 괴물이었다.

난쟁이가 뒤로 주춤 물러서자 괴물도 뒤로 주춤 물러섰다. 그리고 괴물은 난쟁이가 하는 행동 그대로 따라하고, 방의 모습도 똑같았다.

난쟁이가 가슴에 달고 있던 흰 장미를 빼서 입을 맞추자 괴물도 똑같이 하는 것이었다.

'가만, 진짜하고 똑같은 가짜?…… 저 가짜의 진짜 모습은……, 나?’
자신의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난쟁이는 괴물의 정체가 자신임을 알고 울부짖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비로소 자신의 실체의 진실을 깨닫자 바닥을 치며 엉엉 울 때, 공주와 귀족의 아이들이 들어온다. 그런 그 모습을 풍뎅이라 하며 그들은 또 웃는다. 난쟁이는 그만 심장이 터져 죽는다.

공주의 마지막 말은 “아이, 다음부터는 심장이 없는 광대들만 부르도록 해. 오래오래 데리고 놀 수 있게 말이야.” 착각 이후 알게 되는 진실은 부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어서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해 역시 그릇되게 해석을 하기에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착각은 주로 자신과 연관된 상황이고, 오해는 사람간의 문제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 난쟁이는 확실한 자기 착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고, 거울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때때로 이런 오해와 착각 속에서 벗어난 자신이라든가 상대방의 모습 속에서 가슴 싸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분명 아닌데 싶으면서도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아픔도 크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 빨리 인정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알면서도 부인하는 것 역시 힘들다. 진실을 말하면 시원하고 잠시의 상처가 되지만 마음의 짐은 훌훌 벗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요즘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아프다. 요즘 아이들 말로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 “깬다.”라는 말을 한다.

어쩌면 빨리 잊고자 하는 ‘쿨’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 감’이라는 말이 있다. 튼튼한 아이를 보고 ‘장군감’이라는 덕담의 말처럼 우리는 그 말을 흔히 쓴다.

그런데 때때로 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아줌마의 시선으로 보아도 ‘감’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도 굳이 우기는 것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공주의 잔인한 말을 듣기 전에 어서 깨야 하는데 말이다.

임종복 기자 imjbpr@naver.com 임종복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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