掌篇(장편)·2 - 김종삼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 청계천변 10전 균일 밥집 문턱엔 / 거지 소녀가 거지 장님 어버이를 / 이끌고 와 서 있었다 /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 태연하였다 /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문학작품은 사람의 정서에 많은 감동과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위의 시 역시 많은 것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한 편의 흑백필름 영화를 보는 듯이 이 시의 풍경이 고스란히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편’하면 대체적으로 우리는 긴 소설을 생각하기 쉽지만 이 시의 장편은 짧은 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손바닥 장을 쓰고 있다.

하지만 장편에 못지않은 긴 이야기를 이 시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이 시만이 아니다. 많은 시들이 짧지만 수없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시들이 많다. 그래서 때로는 부럽기도 하다.

조선총독부라면 일제강점기이다. 많은 고통과 눈물 속에서 살았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그 시대를 겪지 않은 나로서는 다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이다.

그 끔찍한 6.25 전쟁도 보리 고개도 들었을 뿐 겪지는 않았다. 다만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만이 아픔으로 다가올 뿐이다.

때때로 그 어려운 시절을 살아오신 세대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우리가 겪어야 할 일들을 그 분들이 다 겪어주었기에 지금의 우리는 이렇게 편한 삶을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흑백 필름처럼 다가서는 소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앞을 보지 못하는 어버이의 생일을 생각했을 것이다. 청계천변의 국밥 집 앞을 누군가에게 구걸을 다니면서 돈을 모았을 것이다.

초라한 소녀의 모습에 영감은 소리를 질렀지만 소녀는 당당하게 자신의 돈으로 어버이에게 국밥을 사 주었을 것이다.

5행의 시로 마쳤다면 슬펐을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3행이 통쾌한 반전을 가져다주었다. 내 마음으로는 무척 고마웠다. 당당하고 태연한 소녀의 모습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날씨가 점점 추워진다. 나 역시 눈도 추위도 좋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단 칸 방 살림에 화장실과 세면실이 밖에 있는 집에서 7년을 산 적이 있었다.

그때 추위도 눈도 모두 싫었다. 씻으려 해도, 화장실도 모두 밖으로 나가야했기 때문이다. 눈물 나는 시간들이었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구나 싶어 더 슬펐던 기억이 난다.

무엇인가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새삼 행복이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 기막힌 반전의 시가 옛 생각을 가지게 만들어 주었다.

임종복 기자 imjbpr@naver.com 임종복 기자 입니다.

• CTN 신문사 블로그
• CTN 네이버 블로그
• CTN 방송
• CTN 페이스북
• CTN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