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더위가 자라고 있는 요즘, 아카시아가 허공을 하얗게 물들이더니 담장에 서있던 장미가 하나 둘 웃기 시작하고 있다.
가족과 나들이하기에도 역시여서인지 내가 사는 보령을 찾는 관광객이 꽤나 많아졌다.
지난 주말 석탄박물관을 찾아 온 관광객들이 그러했다.
가족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관광차가 몇 대가 되는 단체도 제법 있었으니 문화관광해설사로서 바삐 움직여야 하는 줄도 모르고, 많은 분들이 신명이 나서 박물관을 다녀가는 모습에 덩달아 초록동색이 되어 가곤 한다.
왜 아니 그럴까. 먼데서 이곳을 오는데 아침 일찍부터 달뜬 맘이지 않았을까.
동료와 함께 박물관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해야 하는 설명이 줄을 이었는데, 끝내고 돌아오니 어린 딸과 함께한 단촐한 가족이 마침 설명을 듣고 싶어 했다.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왔어?”
“서울이요”
“몇 학년?”
“2학년요”
“그렇구나”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짚어가기 시작했다. 편안한 모습으로 잘 따라다니며 듣고 있다.
차분하게 듣는 모습이 여간 이쁘질 않다. 어느새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났나보다.
목이 타오르기 시작하는 것이 이쯤되면 아이들은 한계를 보이며 이탈하기 시작하고, 전시장 내부를 왔다갔다하며 산만스러움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 아이는 부모와 함께 시종일관 웃는 얼굴에 내가 이모라도 되는 양 편안함을 주는 것이 여간 돋보이질 않는다.
‘아~, 힘들어 할 줄 알았더니 더 얘기 해줘야지’
나 어려울 줄 모르고 해주고 싶기만 했다. 설명하면서도 부모와 함께하는 이 어린 아이가 자꾸만 눈에 들어온다.
가족이란 소중함 속에서 안정된 정서가 흐르고 있는 이 아이.
무언가 꿈을 향해 책도 많이 읽었을 것 같은 이 아이... 묵묵히 듣기만 하는 이 아이가 그렇게 이쁠 수가 없다. 아침에 피어난 장미가 바로 이 아이였다.
가정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 같은 이 부부가 이끄는 가정까지도 함께 돋보이는 속에서 걸음걸음 다 돌아본 것이 1시간여가 흘렀다.
다 끝냈다는 생각에 버거웠던 발걸음이 갑자기 무게가 되어 온다.
이 가족의 다음 코스를 위하여 보령의 볼만한 이곳저곳까지 알려 주고는 돌아서는데, 내내 이 가족에게서 받은 젊은 부부의 겸손과 공손함이 묻어나던 시간들에서도 빠져나와야 했다.
일상을 벗어난 하루를 아이와 함께한 한 가족의 행복에 자신도 모르게 젖어버렸나보다.
이렇게 관광객들을 만나다보면 이런 가족에게서처럼 오히려 자신이 감동하고 느낌을 받기도 한다. 기계처럼 살아오는 일상에서 이렇게 기분 좋은 분을 만나기도 한다. 연령대를 막론하고 말이다.
감동과 느낌이라는 선물을 듬뿍 받은 바삐 움직였던 이 날, 힘들었던 발걸음은 바로 날아 가버리더니 돌아가는 이 가족에게 외치고 있었다.
“당신의 가족은 내일이 밝은 가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