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장 스망 (Agen cement (=arrangement))은 다양한 이질적인 항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이의 차이, 성별의 차이, 신분의 차이, 즉 차이 나는 본성들을 가로질러서 그것들 사이에 연결이나 관계를 구성하는 다중체를 뜻한다.

‘아장 스망’agen cement는 ‘배치’ arrangement를 의미하는 프랑스어다. 유(부모)에서 유(아기)가 나오지만, 나온 유(아기)가 특정한 바로 그 유(‘나’)가 되는 이유는 ‘아 장 스만’ 때문이다. 이미 존재하는 특정한 유(존재하게 만든 유)들의 ‘배치’에 의해 단독적인 바로 그 유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들뢰즈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논어의 학이편에 ‘불환 인지 불기지 환부 지인아’라는 말이 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못할까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보지 못할까 걱정하라.”는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도 이에 “지옥은 바로 타인이다”라고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것은 타인이 나를 인정할 때만이 “나”가 존재한다고 믿게 된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컵은 단지 그 자체로 존재할 뿐인 즉자적입니다. 요컨대 컵은 스스로를 컵이 아닌 그 무엇으로 초월할 힘이초월할 수 있는 힘이 없으며, 심지어 스스로가 컵이라는 자기 인식마저도 없습니다. 이처럼 즉자적으로는 자기의즉자는 자기의 존재 바깥에 설 수 없는, 즉 자기 안에 갇힌 존재라고 할 수 있죠.

"우리는 결코 백지를 갖고 있지 않기에" 무 無로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모든 존재의 '생성'은 있음과 있음 그사이 "중간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이다. 들뢰즈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은모든 대상들은 ‘없음’ 無(백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있음’ 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즉, 들뢰즈에게 모든 존재는 ‘생성’되는 것이다.

들뢰즈의 ‘아장 스망’이란 개념은 바로 그 ‘절망적 희망’에 새로운 전망을 열어준다. 삶을 리셋하고 싶다는 욕망은 ‘창조’의 욕망이다. 원래 백지(무)가 있었고 지금은 그 백지가 엉망이 되어버렸으니, 그 종이는 찢어버리고 새로운 백지를 갖고 싶다는 욕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들뢰즈의 ‘생성’은 다르다. 들뢰즈의 말처럼 우리는 결코 무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원래 유가 있었고 그 유에서 새로운 유가 나오게 되니까. 그래서 ? 중요해지는 것이다. 원래 존재했던, 이질적인 항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존재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삶을 리셋하지 않아도, 아니 삶을 리셋하지 않아야 우리는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삶을 리셋해버리면 배치를 구성할 항들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껏 나와 전혀 상관없다고, 혹은 불편하다고 여겼던, 이질적인 항들을 연접은 적으로 연결해 새로운 아장스망을 구성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화려하게 꽃 피우고 싶은 씨앗이, 햇볕과 비도 닿지 않은 아스팔트 위에서 하염없이 서 있었다면 허무한 인생의 슬픈 순서, 차례다.


자, 이제 나의 새로운 혁명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새로이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