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탄생 90주년 기념, 대전신세계 ART & SCIENCE에서 펼쳐지는 미디어 미술의 향연
- 미디어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과 동시대를 미디어아트를 대표하는 이이남의 작가의 2인전
정민준 기자입력 : 2022. 02. 08(화) 21:12
[경제/CTN]정민준 기자ㅣ대전신세계 ART & SCIENCE 6층에 자리한 신세계갤러리에서 오는 12일 토요일부터 3월 27일 일요일까지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바꾼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이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백남준, 이이남 IN PROGRESS》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1932-2006)을 대표하는 비디오 아트와 TV조각은 물론 드로잉, 콜라주까지 다채로운 작품세계를 선보이며, 매체를 자유롭게 넘나든 예술의 혁명가 백남준의 작품세계를 살펴본다.
음악과 철학을 전공하고 유럽에서 요셉 보이스 등 전위예술가들과 교류하며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백남준은 TV브라운관 등을 이용하여 미디어아트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세계 미술사에 이름을 남겼다.
백남준에게 ‘뉴미디어’였던 비디오는 이제 오래된 매체가 되었고, 스마트폰을 통해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0)의 기반에 있었던 위성 생방송보다 선명하고 간편하게 화상통화 하는 것이 일상이 된 오늘날, 작가들은 VR, AR 등 새로운 기술들을 빠르게 접목하고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미디어아트의 모습은 변화하고 확장되었지만, 그 핵심에는 백남준이 남긴 다양한 개념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백남준의 예술과 사상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변화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새로운 매체를 사용한 예술이 겪게 되는 대표적 어려움은 관람객들이 낯설고 어렵게 느낀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주인공 이이남(1969-) 작가는 그 어려움을 익숙함을 통해 극복한 예술가다.
우리에게 낯익은 동서양의 명화들을 미디어 기술을 이용해 살아 숨 쉬게 만든 그의 작품은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백남준, 이이남 IN PROGRESS》展에서 이이남 작가는 미디어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대표작 중 하나인 〈TV부처〉에 헌정한 작품인 〈TV피노키오〉를 비롯하여 미디어아트, 조각, 평면작업을 아우르는 대표작들을 선보인다.
백남준이 개척한 길을 따라간 이이남 작가는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로 자리 잡았다. 그의 뒤에는 앞선 세대와 다른 감각과 시야를 가진 예술가들의 작업이 이어지고 있고, 이들이 있는 한 미디어아트는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ART와 SCIENCE의 융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대전신세계갤러리는 새로운 길을 걷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다 많은 이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 참여작가
백남준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과 홍콩에서 중학교를, 일본 가마쿠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도쿄대학교에 진학해 미학을 전공한 후, 아놀드 쇤베르크의 음악으로 졸업 논문을 썼다. 1956년 독일로 건너가 유럽 철학과 현대 음악을 공부하는 동안 동시대 전위 예술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기존의 예술 규범, 관습과는 다른 급진적 퍼포먼스로 예술 활동을 펼쳤다. 이 때부터 새로운 미디어를 이용한 예술의 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1963년 텔레비전의 내부 회로를 변조하여 예술 작품으로 표현한 개인전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을 통해 미디어 아티스트의 길에 들어섰다.
백남준은 1964년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비디오를 사용한 작품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비디오 영상뿐만 아니라 조각, 설치 작품과 비디오 영상을 결합하고,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개발하였으며, 여기에 음악과 신체에 관한 끊임없는 탐구까지 더해져 백남준만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였다. 1980년대부터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필두로 위성 기술을 이용한 텔레비전 생방송을 통해 전위 예술과 대중문화의 벽을 허무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으며,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에 독일관 대표로 참가하여 유목민인 예술가라는 주제의 작업으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레이저 기술에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가던 가운데 1990년대 중반 뇌졸증이 발병했다. 하지만 2006년 마이애미에서 타개할 때까지 백남준은 예술적 실천을 멈추지 않았다.
이이남
큐레이터 베른하르트 제렉세(Bernhard Serexhe)가 백남준 이후의 많은 미디어 아티스트 중 가장 창의적 아티스트이라고 손꼽는 이이남은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조각이란 매체로 작품의 의도를 표현하는데 한계를 느낀 작가는 미디어 아트를 이용하여 그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우리에게 친숙한 동서양의 명화를 차용하여 자칫 어렵게 느낄 수 있는 현대미술을 좀 더 다가가기 쉬운 대상으로 만들어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많은 이이남의 작품은 정지되어 있는 명화의 이미지에 움직임을 부여하면서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러한 생명력의 부여는 본래의 이미지가 가진 맥락과는 다른 맥락의 접근을 가능케 하는데, 이미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크고 작은 움직임들을 통해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와 폭넓은 해석의 세계를 열어준다.
또한 이이남의 작품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 정신과 물질 등 상반되는 가치관을 화면에 동시에 보여준다. 정반의 상징들을 뒤섞고 교차시키며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작가노트에서 “어떻게 물질(디지털)과 정신(아날로그)이 분리되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을 지 고민하였다” 라고 이야기하듯이, 이이남의 작품에 보여지는 메타포들의 나열은 이질적이면서도 낯선 조화로움을 보여준다. 이는 이분화되고 양극화된 세계관을 교묘히 파괴하며 희열을 느끼게 한다.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였지만 장르를 넘어나들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펼쳐지고 있는 이이남의 작품활동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통해 우리에게 얼마나 더 많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를 해본다.
정민준 기자
이번 전시는 백남준(1932-2006)을 대표하는 비디오 아트와 TV조각은 물론 드로잉, 콜라주까지 다채로운 작품세계를 선보이며, 매체를 자유롭게 넘나든 예술의 혁명가 백남준의 작품세계를 살펴본다.
음악과 철학을 전공하고 유럽에서 요셉 보이스 등 전위예술가들과 교류하며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백남준은 TV브라운관 등을 이용하여 미디어아트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세계 미술사에 이름을 남겼다.
백남준에게 ‘뉴미디어’였던 비디오는 이제 오래된 매체가 되었고, 스마트폰을 통해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0)의 기반에 있었던 위성 생방송보다 선명하고 간편하게 화상통화 하는 것이 일상이 된 오늘날, 작가들은 VR, AR 등 새로운 기술들을 빠르게 접목하고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미디어아트의 모습은 변화하고 확장되었지만, 그 핵심에는 백남준이 남긴 다양한 개념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백남준의 예술과 사상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변화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새로운 매체를 사용한 예술이 겪게 되는 대표적 어려움은 관람객들이 낯설고 어렵게 느낀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주인공 이이남(1969-) 작가는 그 어려움을 익숙함을 통해 극복한 예술가다.
우리에게 낯익은 동서양의 명화들을 미디어 기술을 이용해 살아 숨 쉬게 만든 그의 작품은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백남준, 이이남 IN PROGRESS》展에서 이이남 작가는 미디어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대표작 중 하나인 〈TV부처〉에 헌정한 작품인 〈TV피노키오〉를 비롯하여 미디어아트, 조각, 평면작업을 아우르는 대표작들을 선보인다.
백남준이 개척한 길을 따라간 이이남 작가는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로 자리 잡았다. 그의 뒤에는 앞선 세대와 다른 감각과 시야를 가진 예술가들의 작업이 이어지고 있고, 이들이 있는 한 미디어아트는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ART와 SCIENCE의 융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대전신세계갤러리는 새로운 길을 걷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다 많은 이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 참여작가
백남준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과 홍콩에서 중학교를, 일본 가마쿠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도쿄대학교에 진학해 미학을 전공한 후, 아놀드 쇤베르크의 음악으로 졸업 논문을 썼다. 1956년 독일로 건너가 유럽 철학과 현대 음악을 공부하는 동안 동시대 전위 예술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기존의 예술 규범, 관습과는 다른 급진적 퍼포먼스로 예술 활동을 펼쳤다. 이 때부터 새로운 미디어를 이용한 예술의 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1963년 텔레비전의 내부 회로를 변조하여 예술 작품으로 표현한 개인전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을 통해 미디어 아티스트의 길에 들어섰다.
백남준은 1964년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비디오를 사용한 작품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비디오 영상뿐만 아니라 조각, 설치 작품과 비디오 영상을 결합하고,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개발하였으며, 여기에 음악과 신체에 관한 끊임없는 탐구까지 더해져 백남준만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였다. 1980년대부터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필두로 위성 기술을 이용한 텔레비전 생방송을 통해 전위 예술과 대중문화의 벽을 허무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으며,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에 독일관 대표로 참가하여 유목민인 예술가라는 주제의 작업으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레이저 기술에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가던 가운데 1990년대 중반 뇌졸증이 발병했다. 하지만 2006년 마이애미에서 타개할 때까지 백남준은 예술적 실천을 멈추지 않았다.
이이남
큐레이터 베른하르트 제렉세(Bernhard Serexhe)가 백남준 이후의 많은 미디어 아티스트 중 가장 창의적 아티스트이라고 손꼽는 이이남은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조각이란 매체로 작품의 의도를 표현하는데 한계를 느낀 작가는 미디어 아트를 이용하여 그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우리에게 친숙한 동서양의 명화를 차용하여 자칫 어렵게 느낄 수 있는 현대미술을 좀 더 다가가기 쉬운 대상으로 만들어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많은 이이남의 작품은 정지되어 있는 명화의 이미지에 움직임을 부여하면서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러한 생명력의 부여는 본래의 이미지가 가진 맥락과는 다른 맥락의 접근을 가능케 하는데, 이미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크고 작은 움직임들을 통해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와 폭넓은 해석의 세계를 열어준다.
또한 이이남의 작품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 정신과 물질 등 상반되는 가치관을 화면에 동시에 보여준다. 정반의 상징들을 뒤섞고 교차시키며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작가노트에서 “어떻게 물질(디지털)과 정신(아날로그)이 분리되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을 지 고민하였다” 라고 이야기하듯이, 이이남의 작품에 보여지는 메타포들의 나열은 이질적이면서도 낯선 조화로움을 보여준다. 이는 이분화되고 양극화된 세계관을 교묘히 파괴하며 희열을 느끼게 한다.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였지만 장르를 넘어나들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펼쳐지고 있는 이이남의 작품활동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통해 우리에게 얼마나 더 많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를 해본다.
정민준 기자jil3679@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