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말도 틀릴 때가 있다
- 끝끝내엄마육아연구소 대표 김영희
가금현 기자입력 : 2021. 09. 12(일) 21:17
끝끝내엄마육아연구소 대표 김영희
[김영희 교육에세이/CTN] 장자(莊子)의 책에 '학의 다리가 길다고 함부로 자르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세상 모든 것은 자신에게 맞는, 자신만의 타고난 성질을 가진다.

이 세상에 나란 존재는 단 하나다.

남들이 하는 방법이 무조건 정답 인양 쫓지 말고 취사선택하되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길러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가진 것은 나에게 최적화되어 있는 것이다. 해답은 나다움에 있다.

33개월짜리 승우를 유치원에 보낸 지 한 달이 지날 무렵, 학부모회가 열렸다. 유치원 원장이 나를 따로 불렀다. 그녀가 꺼낸 첫마디는 이랬다.

"승우가 자폐끼가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적응이 좀 늦다고 심한 말을 하다니 하는 마음이 순간 일었다. 하지만 60대 원장의 무심 발언에 내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왕초보 엄마에게 꽤나 충격적인 말이었다. 내 아이가 자폐?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정신을 가다듬고 승우에 대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유치원에 와서도 영 말이 없고, 혼자 노는 경우가 많으며, 유치원에서 하는 학습에 별 관심도 없고 가끔 오줌도 옷에 싼다."는 이유였다.

유아교육 전문가인 이원영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유치원에 처음 가서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할 때는 강제로 아이를 떼어놓으려고 하지 말고 우선 안심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3세 미만은 여럿이 있어도 혼자 노는 시기다. 혼자 놀면서 다른 아이와 상호 작용을 하지 않더라도 주변에 다른 아이가 있으면 사회성 발달이 빨라진다"고 했다.

유아 심리조차도 이해 못하는 그 원장의 마인드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문제는 나였다.

스스로를 추스리는 것이 중요했다. 승우에 대해 심각할 정도로 부정적인 평가를 들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원장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아이를 충분히 지켜보지 않고 섣부른 판단을 내린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상상을 한다 해서 내 마음에 평온이 오는 것은 아니었다. 엄마인 나도 일종의 성장통을 겪으며 고통을 감내해야 성숙한 부모로 갈 수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나는 외동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집착하고 있었다. 육아 책을 좀 더 일찍 봤다면 어땠을까? 나의 행동양식도 달라졌을 것이다.

아이와 더불어 부모도 교육에 대한 자기발전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함을 절실히 느꼈다.

결국 아이는 부모의 의식 안에서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식을 낳아 부모가 되었을 뿐 미리 부모되기 공부는 등한시한다. 예비부모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 생각해도 어린 승우의 행동이 그렇다고 해서 자폐는 아니다.

이미 작고한 육아 전문가 주정일 교수에 의하면 난산한 아이들이 분리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했던 글이 생각났다.

승우는 22시간 지독한 난산 끝에 태어났다.

그런고로 그애는 분리불안에 속한다고 내 나름으로 판단했다.

아니라 다를까 난산한 승우는 유치원 초기 한 달여를 엄마와 떨어져 유치원가는 걸 매우 힘들어했다. 울고불고 나리였다.

그러니 유치원에 가서도 적응은커녕 엄마 생각만 했으리라.

35년 전, 지금처럼 인터넷도 없고 세분화된 병원도 없던 때라 그 어디에도 자폐가 뭔지를 문의할 기회조차 없었다.

게다가 그 유치원은 연령 제한 없이 영역별 수업을 하던 곳으로 4, 5, 6, 7살짜리 아이들이 함께하는 나름 혁신의 유치원이었다.

그중 승우의 나이가 제일 어렸다. 사회성이 아직 없던 그애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형국이었으리라.

원장은 유럽 등지를 시찰하고 벤치마킹해 세운 유치원이라고 자랑하며 위세등등했다.

마치 외관과 시스템을 잘 갖춘 기관에서 그 구성원의 아픔을 관찰하지 못하는 리더나 다를 바 없었다.

당시 외아들이었던 승우의 사회성을 기르려다 오히려 큰코다친 셈이다. 마음까지도 여려 친구한테 맞으면 맞대응도 못하는 심약한 성품이었다.

"너는 왜 맞고도 가만히 있었어?"
"내가 그애를 때리면 아프잖아요."
상대가 아플까 봐 오히려 걱정하는 성향을 가진 아이였다.

나는 그런 아이를 보며 '쟤가 저러다 나중에 크면 집단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라는 은근한 걱정까지 앞섰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애는 초등학교 내내 반장을 도맡아 하고 중학교에 들어가 인기상도 타왔다. 알고 보니 인기상이란 착한 마음씨를 가진 아이를 대상으로 반 친구들 전체가 투표해서 주는 상이었다.

안심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항상 걱정이다.

남이 내 아이를 어떻게 평판하는지에 귀 기울이기도 하고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적응 잘하길 원한다.

하지만 아이마다 특색이 있고 각기 다르다. 때문에 사회가 내 아이를 어떻게 평판하는지에 예민해질 필요가 없다.

아직 그 아이가 완성된 단계가 아니고 자라는 중이지 않은가.

아이들은 여러 번 변한다. 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늘리면 근심하고,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잘라주면 슬퍼한다. 그러므로 본래부터 긴 것은 잘라서는 안 되고, 본래부터 짧은 것은 늘여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근심거리도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공부에 관심이 없는 아이를 부모가 마구 종용하면 아이는 근심하고, 학원 등에 뺑뺑이 돌리면 아이는 괴롭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 공부만이 아닐진대, 공부를 잘해야만 좋은 직장과 좋은 배필을 만난다는 관념으로 아이를 꾸짖고 나무란다. 부모의 할 일은 아이를 강압할 게 아니라 아이가 가진 재능을 발견하도록 돕는 데 있다. 사람은 타고난 재능을 펼치며 살아야 한다. 없는 재능을 만들기도 힘들고, 있는 재능을 도외시해서도 안 된다.

승우의 문제는 결국엔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단순히 어리기 때문에, 경험이 적기에, 성향 때문에 적응이 느린 것을 보고 어른 입장에서 애를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아이에게 성급한 단정을 내려서는 안 될 일이다.

아이의 범주를 한없이 좁히는 행위다. 그만큼 잔인한 일이기도 하다. 아이가 가진 본성을 잘 살려 자기만의 노하우를 장착할 때 경쟁력도 생기지 않을까.
가금현 기자 ggh7000@hanmail.net
가금현 기자 입니다.
긍정적인 사고로 의리를 지키며 살고싶다.
술은 웃음소리가 밖에까지 들리도록 마셔라!
내가 그자리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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