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서남취재본부]임종복 기자 = 언젠가 울릉도에 사는 과거 유명 통키타 가수 한분이 방송에 나와 어떤 나물이 너무 맛있어 겨울부터 봄을 기다리게 하는 나물이라고 소개했는데 알고 보니 곤드레 나물(고려 엉겅퀴)이었다.

한국 사람들만큼 나물을 좋아하는 민족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봄이 되면 들에 쑥으로 시작해서 산에 명이나물(산마늘), 곰취, 영아자 등으로 나물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사실 나물은 산나물과 들나물과 해조류로 구별되고, 산나물은 야생과 재배 나물로 나뉘고 또 생나물과 건조나물로 구별된다.

우리 조상들은 추수 후에 따사로운 가을볕에 여러 야채를 말려 야채가 부족한 겨울철에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을 섭취해 왔다. 잘 말린 나물은 생야채에 비해 비타민D의 함유량이 풍부하며 비타민의 전구물질인 에르고스테린이 들어 있어 칼슘의 흡수와 변비를 돕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높아 건강식으로 좋다.

또 먹을 때마다 물에 불려서 사용하면 되므로 간편하고 냉동 보관한 나물에 비해 야채의 아삭한 맛까지 살아 있다. 말린 나물은 물을 바꾸며 여러 번 헹구고 데치기 때문에 잔류 농약 성분까지 빠져나온다.

왜 산나물이 몸에 좋을까? 간단히 설명하자면 3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첫째로는 나물류에는 장과 변비에 좋은 섬유질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나물의 쓴맛은 기를 내려 보내는 작용을 하여 소화관 운동을 돕고 소화를 돕는다.

둘째로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소화과정, 세포활동, 면역기능 등이 정상 기능 상태에서도 활성산소를 만들어낸다. 마치 자동차가 움직일 때 연소되어 배기가스를 만들어 내듯이 말이다.

여기에 대항해 우리 몸은 항산화물을 만들어내지만 나이가 들고, 피로가 쌓이고, 스트레스가 만성화되고, 과도한 운동과 노동 등으로 활성 산소는 점차로 쌓여 간다. 이 활성 산소는 적게는 세포기능을 방해하는 정도지만 지속되고 많아지면 세포 손상도 일으킨다. 활성산소에 반응한 지방은 과산화지질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낸다.

늙어 가면서 당뇨가 없어도 당과 단백질이 만나 당산화물이 늘어나는데 이 과산화지질과 당산화물은 서로 엉기는 성질이 있으며 내 몸속의 효소에도 분해되지 않는다. 결국 혈액의 점도가 늘어나 동맥경화, 고혈압, 백내장, 퇴행성 관절염, 피부 주름과 암까지 일으키게 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재배한 채소보다 산나물이 좋은 이유이다.

재배한 채소는 다양한 무기질이나 항산화물질을 덜 만들어낸다. 물론 한두 가지 영양은 더 많은 경우도 많지만 항산화물질과 향은 산나물이 더욱 많아서 우리 몸에 좋은 이유이다. 식물은 햇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할 수 밖에 없으므로 반드시 자외선에 대항해 항산화물질을 다양하게 만들어낸다. 동물도 스스로 방어를 위해 항산화물질을 만들어낸다지만 그 양은 매우 적어서 능력도 적다. 반드시 식물 특히 산채를 많이 먹으면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영양과잉, 인스턴트 음식, 편식 등으로 내 몸에 활성산소가 늘어날 수 있는 것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식물만 편식하는 것도 마냥 좋을 리가 없다. 동식물 육해공에서 나오는 다양한 음식을 먹는 게 좋지만 식물위주 음식이 분명 내 몸을 건강하게 할 것이다. 위에서 말한 활성산소와 당산화물은 노화 4대 원인 중의 2가지다.

세번째로 나물이 좋은 이유는 특유의 식물성 향 때문이다. 이 향은 부패를 방지하며 나쁜 균류를 몰아내 주고 대사를 돕고 소화관의 운동성을 높여준다. 식도와 위장에서 대장까지 모든 소화관을 거치며 운동성을 도와주고 소화액 분비를 자극한다. 거기에 오장육부와 기관들의 기능까지도 도와준다. 가장 인체 활동에 적당한 파동으로 자극해 주어 최고의 소화제이며 생리학적으로 생기를 보강해 준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장점을 미리 체험을 통해 알아내서 대보름 전후부터 먹기를 장려하고 온 국민들이 즐겨 왔다.
겨울에서 이른 봄까지 검게 말려 저장해 두었던 나물들은 쓴맛으로 식욕을 돋구어 주며 영양 많은 비타민과 무기질을 공급해 주고 거기다가 항산화작용과 변비 탈출까지 도와준다.

대보름에는 행운과 복을 불러들인다 해서 오곡밥, 묵은 나물, 부럼 등으로 가족의 건강을 빌며 먹었는데 사실 이것들은 영양상으로도 우수하다. 그 중에서 제철에 수확해 말려둔 묵은 나물(진채) 9가지를 볶아 먹으면 오는 더위를 피할 수 있다고 믿었다. 고사리, 호박, 가지, 시래기, 가지, 버섯, 도라지, 고구마순, 곤드레, 삼나물, 취나물, 고춧잎 등 다양한 나물들로 비타민, 식이섬유, 철분과 같은 영양분을 섭취하며 몸에 생기를 회복하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우리 몸은 봄이 되면 겨울보다 활동량이 늘어 단백질이나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를 더 많이 필요로 한다. 이때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영양 불균형으로 춘곤증이 생기는 등 기력이 떨어지기 쉽다. 다양한 봄나물은 체내 영양분을 보충해줘 원기회복뿐 아니라 입맛을 돋우는 데 도움이 된다.

봄철 대표 나물인 냉이에는 비타민A, B1, B2, C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냉이는 생으로 먹으면 좋지만 냉이 특유의 씁쓸한 맛을 없애려면 소금을 넣어 물에 데쳐 먹어도 좋다. 다만 너무 오래 삶으면 색이 변해 식감이 떨어질 뿐 아니라 물러질 수 있으므로 잠간 살짝 데쳐야 한다. 비타민 외에도 단백질 함량이 높고, 칼슘이나 철분, 인 등이 많아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준다.

두릅은 독특한 향이 일품인 봄나물이다. 두릅에는 질 좋은 단백질과 비타민C가 많다. 또 두릅의 쓴맛을 내는 사포닌 성분은 혈액순환을 도와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다. 두릅을 데쳐 먹을 때도 살짝 데쳐야 영양소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전으로 부쳐 먹어도 좋은데 메주가루와 밀가루를 섞은 반죽에 두릅을 넣으면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보충할 수 있어 건강에 좋다.

달래는 비타민 C가 풍부하다. 그러므로 이른 봄에 비타민이 부족해 나타나는 면역력 약화나 입술 터짐, 잇몸 부음 등을 예방한다. 달래를 건강하게 먹으려면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 영양소 파괴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식초를 첨가하거나 김이나 해산물에 곁들이면 무기질과 단백질 성분을 보충할 수 있다.

곰취, 단풍취, 수리취 등 다양한 취나물도 나른한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인 봄나물이다. 취나물들은 이름그대로 향이 좋고, 칼륨, 비타민C, 아미노산 함량이 높다. 이른 봄에 나오는 잎은 따서 나물로 먹는 것이 좋고, 남은 것은 말린 후 저장해 필요할 때마다 물에 불려 삶아 먹으면 좋다. 또 취나물은 살짝 데쳐서 요리하면 식감이 부드러워 먹기 좋다.

사실 이런 나물들은 대부분 건조시켜 한약재로도 쓰이는데 인공 합성된 양약과 건강과 면역학적인 면에서 비교할 수 있겠는가!
이렇듯 나물들은 맛은 쓰지만 우리의 식탁을 지켜주고 봄날의 건강을 챙겨주는 좋은 보약 식품이 되는 것이다.

내가 등산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노란꽃을 피운 동이 나물을 본 게 기억난다. 어렵게 지리산 세석평전에 올랐는데 처음 올라서자마자 본 나물이 동이나물이었다.

동이 나물(미나리아재비과)은 깊은 산속 물이 자작한 곳에서 자라고 봄에 나는 곰취(국화과)와 잎이 비슷해 잘못알고 뜯어다 먹고는 간혹 탈이 나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은 동이나물 독성 정도는 지혜롭고 간단하게 해결했다. 모든 식물의 독성을 줄이는 방법으로 첫째는 물에 담가 놓는 것이고 두 번째는 데치거나 끓이는 것이다. 동이나물도 우리 조상들은 물동이에 며칠 우려 놔두면 독성이 빠져 요리해 산나물로 먹었다. 그래서 물동이 나물이었다가 동이 나물로 불린다.

모든 식물의 분자는 단단하게 묶여있지만 물에 담가 놓으면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물 분자와 만나서 독성이 줄어드는 이유이다. 또 단단하게 묶여진 분자들을 불에 데치거나 볶거나 끓이면 엄청난 분자활동이 일어나 쉽게 독성이 중화되고 또 우리 몸에 들어와서는 간 효소로 독소를 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