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시영 순경 = 서산경찰서 태안지구대] 성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이다. 기존 성범죄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고 이에 대한 예방대책 마련을 위하여 사회적 논의와 더불어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현 정부 또한 우리 사회에서 뽑아야할 4대 사회악 중 하나로 성폭력범죄를 꼽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발생건수가 지난 2012년은 1만 8256건, 2013년에는 1만 9498건, 2014년에는 총 2만 2004건, 2015년 2만 8732건, 2016년 2만 9517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에서 한 여성이 조카의 배를 걷어차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경찰의 추가 조사 과정에서 죽은 아이가 형부에게 성폭행을 당해 낳은 아들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그동안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숨기고 살다가 쌓인 고통이 아이를 폭행해 죽음으로 까지 몰고 간 것이다.

이렇듯 성폭력 범죄는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어떤 범죄보다도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반인륜적이고 흉악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의 근절은 쉽지 않다. 오히려 스마트폰과 멀티미디어 매체의 발달로 SNS를 통한 음란물 전송, 공공장소에서의 몰래 카메라촬영 등 그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성폭력의 또 다른 큰 문제점은 피해자들이 수치심에 피해 사실을 숨기려 한다는 것이다. 엄연한 피해자 임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손가락질이나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혼자서 그 고통을 인내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자칫 정신적인 2차 피해로 이어져 피해자들에게 더 크나큰 고통을 갖게 할 수 있다

필자가 파출소 근무를 하면서 접한 성폭력 관련 대부분의 범죄는 지인과 지인사이에 발생하여 가벼운 범죄로 생각하고 주변에 알리기를 꺼려하여 처벌을 원치 않거나 숨기려는 경향을 많이 보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행동은 범인을 잡을 기회를 놓치게 되며 사회적으로 또 다른 여성에게 더 큰 위험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112에 신고하여야 한다.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역시 쉬쉬하고 있던 사건으로 세상에 밝혀지게 된 것은 여교사의 남자친구라는 사람의 외침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힘든 시간을 차분히 잘 대처한 여교사의 용기 때문에 세상 밖으로 나온 이야기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전남도교육청은 "낙도 오지에 근무하는 여교사 거주 실태 등을 점검하고 현지 의견 등을 수렴해 문제점과 보완해야 할 점 등을 파악,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는 그 피해에서 벗어나 지지받고 격려 받을 권리가 있다. 경찰은 피해 치유와 인권회복에 도움이 되는 피해자 지원제도로서 주거 지원으로 피해자 임시숙소제도,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연계 그리고 의료 지원으로 성폭력 피해자 회복 지원제도, 긴급복지지원제도 그리고 심리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피해자가 국번 없이 129로 직접 요청하거나 사건담당경찰관이 신청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피해자 및 친족 등에 대한 보복 우려 시 신변보호, 피해에 대한 심리상담 및 심리적 안정을 위해 가명조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예방에 대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단순히 법률 강화를 강화하고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가 올바른 성에 대한 인식을 확립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를 이루어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피해자나 주변인들 역시 피해 사실을 숨기려고 하기 보다는 경찰과 상담소에 적극적으로 알려 또 다른 잠재적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좀 더 용기를 가지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