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진근 순경 = 서산경찰서 태안지구대] 2월도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입춘을 지나 봄의 문턱에 들어서더니, 이제는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 절기도 지나 삼라만상이 겨울잠을 깬다고 하는 경칩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무렵이면 꽃피는 봄기운과 함께 모두들 부푼 꿈을 가지고 신학기를 시작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대학 캠퍼스를 누비며 자유를 만끽하는 꿈은, 잘못된 음주문화와 각종 악습들로 인해 철저하게 무너지곤 한다.

가장 흔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음주강요'인데,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폭음으로 인한 대학생 사망자 수는 무려 22명에 달한다.

또한 선·후배 간 위계질서 확립을 빙자한 폭행·상해·강요·협박, 동아리 등 가입 강요 및 각종 회비 납부를 빙자한 갈취행위, 강간·강제추행,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 등의 악습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교육당국의 지속적인 지도·감독에도 불구하고 매년 신학기에 신입생을 상대로 한 선배들의 폭행과 가혹행위 등의 악습이 근절되지 않자 경찰은 이러한 관행을 '갑질 횡포'로 보고 지난달 13일부터 오는 3월 31일까지 7주간 집중신고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전국 대학 소재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에 '대학 내 불법행위 수사팀'을 운영하며 대학별로 설치된 학생 인권센터·상담소, 지도교수 등과 경찰서 간 상담·신고 핫라인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형사처분 대상 사건의 경우 악습인지 혹은 가해자가 범죄 경력이 있는지 등을 철저히 확인하여 경미한 사안의 경우 정식 입건보다는 즉결심판이나 훈계와 계도 등을 적극 활용한다. 사건 발생 경위와 피해 정도 등을 파악해 경중에 따라 수사와 자체 지도 감독을 병행할 계획이다.

대학생 때부터 잘못된 음주문화를 심어준다는 건 웃어 넘길 일이 아니다. 대학가의 시대착오적인 낡은 관행을 청산하고 지성의 전당에서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대학생답게 자기 본분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