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기동 순경 = 서산경찰서 태안지구대] 지난해 3월 인천에서 한 여성이 조카의 배를 걷어차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경찰의 추가 조사 과정에서 죽은 아이가 형부에게 성폭행을 당해 낳은 아들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그동안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숨기고 살다가 쌓인 고통이 아이를 폭행해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이렇듯 성폭력범죄는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어떤 범죄보다도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반인륜적이고 흉악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의 근절은 쉽지 않다. 오히려 스마트폰과 멀티미디어 매체의 발달로 SNS를 통한 음란물 전송, 공공장소에서의 몰래 카메라촬영 등 그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더욱이 성폭력은 해가 거듭될수록 발생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발생건수가 2012년은 1만 8256건, 2013년에는 1만 9498건, 2014년에는 2만 2004건, 2015년은 2만8732건, 2016년은 2만 9517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성폭력은 단순히 ‘강간’이나 ‘강제추행’ 강제력을 필요로 하는 것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적 폭력, 특정부위에 대한 카메라촬영 등 상대로 하여금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모든 행위에 해당할 것이다.

성폭력의 또 다른 큰 문제점은 피해자들이 수치심에 피해 사실을 숨기려 한다는 것이다. 엄연한 피해자 임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손가락질이나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혼자서 그 고통을 인내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자칫 정신적인 2차 피해로 이어져 피해자들에게 더 크나큰 고통을 갖게 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법률 개정 등을 통해 성범죄를 보다 폭넓게 규제시켜 이를 줄이려 하고 있다. 경찰청 역시 성폭력을 4대 사회악 중 하나로 규정하고 '4대악 근절 추진본부'를 발족하여 우리 사회의 성폭력 범죄를 예방과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여성가족부, 지방경찰청, 시·도, 의료기관 협약으로 성폭력피해자 보호를 위한 센터(원스톱 지원센터, 해바라기 아동센터, 해바라기 여성·아동센터)를 운영하면서, 한 번의 방문으로 모든 지원(상담·의료·수사·법률지원)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통합지원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성폭력피해자에게 보호시설을 통해 숙식 및 맞춤형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피해자의 심신안정 및 조기 사회복귀의 기반을 마련하는 제도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단순히 법률 강화를 강화하고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가 올바른 성에 대한 인식을 확립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를 이루어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피해자나 주변인들 역시 피해 사실을 숨기려고 하기 보다는 경찰과 상담소에 적극적으로 알려 또 다른 잠재적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좀 더 용기를 가지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