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진근 순경 = 서산경찰서 태안지구대] 얼마 전 TV프로 '안녕하세요'에서 여자친구의 데이트 폭력 때문에 고민인 한 남자의 사연이 공개됐다. 소개팅으로 처음 만난 날부터 남자친구를 때리고 택시안에서 발로 차고 구타하며, 운전중인 남자친구에게 비비탄까지 쏴 사고가 날 뻔한 일도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여자친구의 반응은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하는 듯 했다. "폭력이 아니라 애정표현의 일종"이라며 "남자친구가 장난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헤어질 것"이라고 밝혀 시청자들과 방청객들의 분노를 샀다.

이처럼 연인사이에 때리고 협박하며 심지어 감금, 성폭행까지 하는 '데이트 폭력'이 잇따르고 있다. 상대방에게 원치 않는 것을 강요하는 행위는 엄연한 데이트 폭력인데도 애정표현으로 치부해 버리는 낮은 수준의 사회적 인식 때문에 피해자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233명이 연인에게 살해됐으며, 생명은 건졌으나 살해당할 뻔한 살인미수 피해자도 309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폭행으로 검거된 인원은 1만4609명으로 집계됐다.

데이트 폭력의 예방을 위해서는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요구되지만 대부분의 피해자가 연인간 문제로 부끄럽다고 생각해 신고를 기피한다. 그러나 데이트 폭력은 재범률이 높고 상습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빠른 신고와 대응만이 데이트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을 연인간 사랑싸움이나 애정표현이 아니라, 강력범죄로 발전할 수 있는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청소년기부터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데이트 폭력 신고는 긴급신고 112, 또는 가까운 경찰관서에 방문하거나 사이버경찰청 홈페이지에서 신고할 수 있다. 또한 여성긴급전화(1366)를 통해 전담 TF팀으로부터 상담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데이트 폭력은 더 이상 개인간의 문제가 아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는 것을 국민 모두가 인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