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진근 순경 = 서산경찰서 태안지구대] 아동에 대한 학대는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그 개념이 불분명했다. 학대를 하고도 학대인 줄도 몰랐고 학대라는 죄를 짓고도 처벌 또한 받지 않았다.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여겨 자기 자식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오만 때문에 경찰조차 마음대로 개입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2000년 7월이 되어서야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해 비로소 아동학대의 개념과 처벌에 대한 법적·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사실상 너무 늦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전국 아동학대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5200여 건이었던 아동학대 신고는 2014년 1만 건을 넘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신고 접수된 건수만으로 실제 아동학대로 고통 받는 아이들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아동인권 보호에 적극적인 선진국과 비교하면 신고율과 발견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14년 기준 미국의 신고율은 48.8%, 발견율은 9.4%였다. 한국의 신고율은 미국의 25분의 1, 발견율도 9분의 1에 불과하다. 신고의무자들의 적극적인 신고의식과 아동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한 때이다.

부모들은 거짓사랑이라고 합리화하는 속에서 무수한 학대를 자행했다. 보호해야 할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개인의 인식과 우리 사회의 인식이 달라져야 함을 일깨워 준다.

아동학대 행위자로 부모가 80% 이상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서는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자녀에게는 교육적 차원에서 어떠한 처벌을 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부모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