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배용택 경장 = 대산지구대] 얼마 전 한 케이블티비 드라마에서 계약직 직원인 여성이 정규직 전환을 무기로 팀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는 에피소드가 그려졌다. 가해자인 팀장은 사실을 말한 여직원을 거짓말쟁이로 매도하면서 남자에 헤픈 여자로 만들어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였고 이에 대응할 해당 여직원은 울음과 답답함으로 응답했다. 마지막에서는 흡사 원더우먼 같은 직장 여동료가 적극 나서면서 상황은 급반전 되었다. 목격자와 CCTV까지 들이대고 나서야 상황은 종료 되었고 특히 충격적인 것은 모든 증거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는 진정성이 전혀 없었으며 그에 대한 처벌도 너무나 미미했다. 또한 현실에는 원더우먼과 같은 동료도 정의감에 넘쳐 남의 일을 내 일처럼 해결해줄 동료도 없다는 점이 더욱더 씁쓸하게만 느껴졌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법률 제2조 제2호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사업주, 상급자, 동료, 하급자 등 직장내근무자는 물론, 파견자 등 업무와 관련된 모든 경우를 포함하며 "직장"이라는 것 또한 단순 장소적 개념이 아닌 사용자의 지휘 명령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로 출장, 회식 등 사업장 밖에서도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할 수 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장생활 중 성추행을 포함한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가"의 질문에 51%가 “있다”라고 답했다. 또 여성가족부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자 10명중 8명은 “참고 넘어간”라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문제 제기를 한다고 해도 해결된 것 같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56%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성희롱 피해자의 5명중 1명은 피해자가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응답하는 것으로 볼 때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직장 내 성희롱은 주로 말로써 이루어진다.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 음담패설, 성적 농담, 회식자리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자리에 앉도록 강요, 특정 신체부위를 쳐다보거나 만지는 등의 신체접촉, 개인 성생활에 대한 질문, 사적 만남 강요, 야한 동영상 보여주기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나며 들었을 때 기분이 불쾌하거나 신체적 접촉이 아니라서 딱히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상황들 모두가 성희롱에 해당한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대처법은 그저 묵인하는 것 뿐 일까.

성희롱의 피해를 받게 되었을 때는 그 행위자에게 명확한 거부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만약 거부의사를 곧바로 표현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증거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량 단 둘이 있을 때의 대화내용을 녹음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계속적인 거부 의사와 항의에 대하여도 가해자의 행동에 변화가 없다면 사업주에게 성희롱 사실에 대하여 알리고 가해자의 징계를 명시적으로 요구한다. 중요한 점은 모든 과정에서 녹음 등의 입증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문제를 직장 내부에 신고하였으나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1331), 여성긴급전화(1366), 고용노동부 상담센터(1350), 공공기간 내 성희롱 고충상담청구 등을 이용하여 전문기관의 조언을 지속적으로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직장 내 성희롱"은 명백한 가해자의 잘못이지만 정신적인 상처와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은 온전히 피해자의 몫으로만 치부되어 왔다. 이러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 개선을 통해 성희롱 없는 즐거운 직장 생활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