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ctn]이재필 기자 = 충남 태안군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펼쳐진 '대한민국 사구축제'가 빗속에서도 행사를 강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이날 행사장에는 많은 가족단위의 참가자들이 모였지만 강한 비바람 때문에 참가를 포기하는 등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많았다.

태안군이 주최하고 A 지역 방송이 주관한 이 행사는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신두리 해안사구 일원에서 '바람과 모래가 빚어낸 신두리 해안사구 생태탐방'이라는 주제로 지난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생태관광모델 10대 사업지이자 천연기념물 제431호인 신두리 해안사구의 보전과 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별똥재 모래언덕에 일렁이는 바람'이라는 슬로건을 담아 처음 개최된 행사다.

문제는 이날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몇 주 전부터 각 매체를 통해 전국민이 알고 있을 정도였으며, 이 행사를 주관한 방송국도 이 같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인데도 강행한 점이다.

이번 축제에서는 신두리 모래를 이용한 샌드아트 공연, 사구음악회(현악, 색소폰 연주 등), 모래썰매 타기, 모래 깃대 지키기, 쇠똥구리 굴리기, 종이접기는 물론 사구형성과정 및 사구 식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생태 강의와 더불어 사구식물 관찰 체험 및 드론 상공촬영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됐지만 날씨가 받쳐주지 못하면 대부분의 행사를 진행할 수 없는 데도 진행됐다.

결국 준비된 행사는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행사비용만 축낸 꼴이 됐다.

태안군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제1회 대한민국 사구축제는 신두리 해안사구의 아름다움과 보존가치를 전 국민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실시 된다"며 "바다와 모래가 공존하는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란다"고 했으나 헛구호에 그쳤다.

특히 이번 축제에는 태안군이 주민의 혈세 70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군의 선심성 행정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행사장을 찾았다 돌아선 한 주민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한상기 군수한테 묻고 싶다"고 강하게 불만을 터트리고 "일기예보에 비가 내린다고 했으면 행사를 연기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이 축제를 주관한 것이 방송국이라 태안군이 끌려 다닌 것은 아닌가 싶고, 이날 행사장에 참석한 주민들은 군이 동원한 사람들로 보일 정도로 주민의 혈세만 낭비한 졸속행사였다"고 맹비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태안군의회 A의원에게 본 기자가 "기상청에서 비가 온다고 예보했는데도 왜 행사를 강행하느냐"고 묻자 A의원은 "다음 주는 제1회 복굴복 축제가 열리고 더 연기하면 추워지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진행하게 됐다고 관계자를 대신해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태안군은 우천시 행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또 다른 행사를 위해 강행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로써 태안군은 지원금 6.000만원을 퍼부어 치른 졸작 중 졸작인 원두막 축제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 신두리 사구축제로 또 다시 여론의 비난을 사는 것은 물론 전시행정의 표본을 보여줬다는 비난은 면키 어렵게 됐다.

비바람 때문에 행사 참가자들이 비를 피해 하우스에 대피한 모습.

이재필 기자 jefeel2@naver.com 이재필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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