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CTN]정민준 기자ㅣ한국타이어 노동조합 총파업이 23일째를 접어들며 사측은 더 이상 공장 가동을 중단 할 수 없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 14일 전체 생산기능직을 대상으로 조업 재개 안내 공지를 발송하며 조업 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하자 노조가 이에 반발하는 농성에 들어갔다.

노조의 반대로 조업 재개가 불발 될 경우 사측은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을 대상으로 직장 폐쇄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장 전면 가동 중단 기간이 길어지며 ‘무임금 파업’으로 인한 임금 손실 우려가 현실화 되는 만큼 노조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노조원들 사이에는 변화 없는 상황에 언제까지 일을 놓고 있어야 하는지 등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대전공장 한 노조원은 “이렇게 오랫동안 파업을 할지 전혀 몰랐다”며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양측이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잃고 있어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타이어 노조는 파업기간 동안 임금을 타결금 등의 명목으로 회사가 보존해 줄 것이란 기대감까지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섭도 없이 파업만 자행할수록 회사는 실적 악화, 신차용 및 교체용 타이어 공급 차질 등으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을 더욱 엄격히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올 3분기 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9.5% 감소한 수치다. 특히 한국 공장(대전공장 및 금산공장)은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이 약 8% 가량 하락,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한국 공장의 경우 지난해 2분기 코로나19 영향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이후, 계속 어려운 상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사측이 좀처럼 입장을 바꿀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타이어 한 관계자는 “노사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고 조속한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선, 노사간 적극적인 협상은 필수”라며 “파업 3주가 넘어가는 시점에도 노조 집행부는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두 자릿수 임금 인상률만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심화되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출현하며 세계 경제가 다시 한 번 공포감 속에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 장기화에 대한 여론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최근 오미크론 유행으로 최악의 물류난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기 때문이다. 해소 조짐을 보이던 항만 적체가 오미크론발 인력 수급 차질, 항만 혼잡 심화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이를 반영하듯 한풀 꺾였던 해운운임지수는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내외 환경이 여의치 않은 만큼, 지금은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노사가 함께 양보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타이어 노사는 지난 8월부터 임단협 협상을 벌여왔으나 임금 인상률 등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5% 인상과 성과급 500만원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기본급 10.6% 인상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