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ctn]정민준 기자 = "세상은 온통 음의 리듬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어린애 뜀박질 소리

세상은 또한 선의 리듬으로 가득차있습니다
산능선,일렁이는 파도 아름다운 육체미와 동네 골목길까지

이 모든 리듬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작은 고리들의 장난일 겁니다."

- '끈의 리듬' 조석희

■ 조석희는 원래 과학(물리)교사출신이다.

하지만 그는 그림을 그렸고 TJB형상미술대전에서 특선을 하는 등 수차례의 입상을 한 화가다.

조석희 그는 자연을 좋아하는 우주론자다. 평상시에도 항상 우주를 노래 부르듯 말한다. 지구, 태양, 그 외에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또한 모든 생명이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우주가 있었기 때문인 것처럼 그는 과학적 꿈을 기본으로 하는 예술세계를 새로운 소재인 실의 기법으로 우주를 표현하는 모험을 시작했다. 좁은 의미의 우주는 보통 지구 대기권 바깥의 공간을 의미하며 통상적으로 인공위성이 공전할 수 있는 한계고도인 150km 이상을 우주로 본다. 하지만 넓은 의미로의 우주는 우리의 영적인 가슴과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의미하며, 이렇게 볼 경우 인간 또한 우주의 일부가 되는 광대함이 있다. 하지만 몇 백 억 광년 단위로 존재하는 우주적 존재들은 이미 우리의 직관 밖에 있다. 이것은 이제 조석희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세계가 우리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해석할지에 대한 논증과도 닮았다.

(가운데) 조석희 작가

일찍이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그의 저서 ‘미학 안의 불편함’에서 예술은 재현적 체계에 대하여 언급한바 있다. 특히 미술계는 작가든 이론가든 홀로 말한다. 창작의 재생산 역시 홀로 말하기의 연장이다. 그리고 홀로 말하기는 반복을 낳는다. 대화에 필수적인 상호작용이 부족하므로, 처음 말하듯이 이전 것을 말하게 된다. 또한 기회를 많이 가진 이와 그렇지 않은 이는 서로 다른 이유에서 반복한다. 전자는 너무 바빠서, 후자는 자신을 좀 더 효과적으로 알리고 싶어서 그렇게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이 체제 안에서의 예술작품은 이데아와 현실에 대한 모사품(simulacrum)의 자리에서 벗어난다.

별이 빛나는 한두리대교 /10호 F 실

또한 예술은 이제 재료에 변형을 가함으로써 관념을 재현하는 행위로 이해될 수 있다. 조석희작가의 이번 전시는 우주에 대한 통찰을 끈의 조화(harmony of string)라는 태생적 소명을 실의 질감을 통해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실의 예술은 오롯이 단순한 노동의 영역에서 벗어나 독자적 규칙과 질서를 가진 독립된 영역을 갖게 되었다. 더구나 이것은 거의 실(絲)이라는 재료를 이용한 표현기법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첫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예술형태와 관념적 예술가들의 세계를 이탈하면서 구별되는 창조의 선구자로 거듭나는 고통의 산파가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흔히 말하듯이 자신이기 보다는 자신 속의 타자, 그리고 바깥의 타자와의 소통능력에 있다. 예술의 역사 자체가 누구와도 대치될 수 없는 창조적 개인의 독백이 아니라, 작가들 간의 대화의 역사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가. 물론 자신이 영향을 받았던 선구자와 같은 것을 말한다면 그는 단순한 바라보는 자이거나 단순히 예술소비자에 머물게 될지 모른다. 보통의 작가들은 역사적 맥락에서 평가할 때 다른 작가들을 모방하면서 관념 속에서 이탈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계통의 역사는 개인의 언어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사회의 언어를 먼저 습득하고 그것을 통하여 새로운 창조의 역사를 쓰게 된다.

첼리나 / 20호 P

미국의 문화비평가 헤럴드 블룸 (Harold Bloom)의 말을 빌리자면 창조는‘영향에 대한 불안’에서 선구자들로부터 벗어나면서 창조하는 구별의 과정이라 했다. 마치 오이디푸스콤플렉스의 열등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우주에서 변화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원자들이 이탈하는 것과 같은 의미는 아닐까. 그러나 헤럴드 블룸은 이탈의 원인과 방향에 대해서는 확언하지 않는다. 모든 곳이 중심이라는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의 사상이나 규칙보다는 예외를 우선시하고 모든 규칙이 자의적이고 예외적이며 부조리함을 주장하는 초형이상학(pataphysics)의 예를 통해서, 변화의 방향과 필연성을 확언하는 사고를 상대화함으로서 완성된다.

일하기를 원하는 자는 자신의 아버지를 낳는다고 말했듯이, 모방의 반복에 머무는 예술가는 예술이 아니라 노동을 행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예술가들의 세계에서 모든 규칙성은 '규칙적인 예외들'인 것처럼 말이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내가 추락할 때 나는 이탈했고, 그 결과 나는 내 스스로의 창조에 의해 개선된 이곳 지옥에 있다'고 말했다. 아마 조석희작가도 이제 한 동안은 창작의 과정을 통해 개선된 지옥에 머물게 될 것이다. 창조는 그렇게 시작되지 않던가. 여정을 시작하는 그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정민준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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