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기동 순경 = 서산경찰서 태안지구대] 매년 3월14일 '화이트데이'는 연인들의 대표적 기념일 중 하나이며, 일부에서는 기업의 상술이라고 비판하지만 아직까진 많은 연인들이 사탕과 선물을 주고받으며 이 날을 기념하고 있다.
기념일을 위해 평소보다 많은 연인들이 거리로 나와 데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모든 연인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의학전문대학원생이 동기인 여자친구를 감금하고, 무자비하게 폭행했던 사건으로 인해 '데이트폭력'이 이슈화 되면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데이트폭력은 매년 비슷한 수준으로 꾸준히 발생해 왔다.
데이트 폭력이란 연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육체적, 언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이다. 이러한 데이트 폭력은 성폭행, 성희롱, 협박, 물리적 폭력, 언어폭력, 정신적 폭력, 사회적 매장, 스토킹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데이트 폭력은 모든 인종, 연령, 경제 수준, 사회 계층을 막론하고 발생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인 간 폭력 사건이 5년 내 최대(7천692건)를 기록했고, 지난해 기준 폭행이 3,600건, 상해가 2,300건, 살해가 100건이나 발생했다. 그러나 경찰청 자료는 신고로 알려진 수치상 통계에 불과하고 신고 되지 않은 사건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인 간의 폭력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데이트 폭력의 원인으로는 달라진 이성교제 문화로 인한 인스턴트식 만남의 증가, 상대방을 자기 소유물로 생각하고 통제하려드는 개인적인 성향,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은폐하려는 경향, 데이트 폭력에 대한 부족한 인식 등이 꼽힌다.
데이트 폭력이 그 수위가 높아지고 빈번해지는 원인 중에는 많은 피해자들이 데이트 폭력과 사랑을 착각하는데 있다. 피해자들은 폭행을 당하면서도 자신이 참고 보듬어주면 가해자의 폭력성이 고쳐질 거란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연인 간에 데이트 폭력이 처음 일어났을 때 아주 단호하게 거부하고 신체적, 물리적 폭행을 당했다면 경찰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데이트도 하나의 인간관계인 만큼 인간의 존엄성이 왜곡되면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데이트 폭력을 거부하고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경찰에서는 올해 2월부터 3월까지 1개월간을 데이트폭력 집중 신고기간 운영 및 연인 간 폭력전담반(T/F)를 마련해 이를 엄중히 처벌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는 한편, 2차 범행을 막기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피해자 보호 등 사후처리도 철저히 할 방침이다.
하지만 데이트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선 무엇보다 당사자인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신고는 112 또는 사이버 경찰청, 지방청·경찰서 홈페이지, 스마트폰 앱(목격자를 찾습니다)등을 이용할 수 있다.

데이트폭력을 단순한 사랑싸움으로 치부하기엔 피해자와 그 가족 등 주변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상처가 된다.
따라서 연인간의 사랑싸움, 즉 데이트폭력도 명백한 범죄임을 인식해 적극적인 신고로 심각한 2차 피해를 예방함은 물론, 나아가 이런 행위가 우리사회에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