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종하 순경 = 서산경찰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는 심각한 사건을 경험하거나 잔인한 현장을 목격한 후 지속해서 그 상황이 떠올라 실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무엇보다 경찰관은 업무 중 사건현장에서 끔찍한 장면을 보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는 일이 잦기 때문에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군(트라우마)에 걸리기 쉬운 직업군이다. 유혈이 낭자한 살인사건의 현장이나 부패가 진행되는 변사체 처리, 흉기를 든 범인과의 대결 등을 자주 목격하면서 정신적 충격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기 쉬우니 이에 대한 치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몸에 난 상처는 눈에 보이고 약을 바르고 먹어서 고칠 수 있지만, 마음에 난 상처는 보이지 않으므로 그냥 지나치기 쉽고 환자 자신도 모르는 채 방치될 수 있다 보니 ‘상담’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다. 

이러한 트라우마를 자신도 모르게 쌓아두다보면은 그것은 극단적인 선택을 선택하기도 한다.
경찰관 자살이 늘고 있다. 지난달까지 올해만 19명의 현직 경찰관이 자살을 했다, 한 달 평균 2.7명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자살한 경찰관의 숫자(18명)를 이미 넘어섰다. 최근 5년간 자살한 경찰관의 수는 총 106명으로 전체 국민 자살은 3,300명중 한 명꼴인데 경찰관은 2,000명 중 한 명꼴로 일반인의 1.7배인 셈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2년째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에서 경찰관의 자살률은 명실공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경찰관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다 예상 할 수 있듯이 업무 특성상 생기는 높은 스트레스가 주원인 인데 특히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인한 가정불화, 낮아진 경찰관들의 자존감등이 자살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고 또한 위계가 엄격한 조직문화와 무리한 감찰 등도 문제이기도 하다.
전국의 경찰관들이 감당하기 힘든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려 홀로 외롭게 싸우다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관 직무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2014년도부터 트라우마센터를 운영하여  자살를 선택하는 경찰관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지만, 현재 트라우마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곳은 전국 4곳 뿐이다. 12만이 넘는 경찰관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에는 터무니 없는 부족한 상황이다. 직무 특성상 충격적인 현장 목격과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경찰관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예방과 치료를 위한 시스템 보급이 절실한 실정이다.

범죄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관들이 트라우마로 고통을 받게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경찰도 보호를 받아야 할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고 자식이고 사랑하는 이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찰인력이 부담없이 트라우마센터를 이용하여 마음속에 응어리를 털어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