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승곤 순경 = 서산경찰서 동부파출소] 누구나 한번 쯤 가슴 아프고 힘든 사랑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연인사이에서는 아련한 기억으로 서로에게 애틋함이 남지만, 가정에서는 육체적·정신적 상처를 남기는 나쁜 기억으로 남게 되며 이는 사랑보다는 집착이며 폭력과 강박의 모습으로 나타나곤 한다.

2012년 8762건, 2013년 1만6785건, 2014년 1만7557건, 2015년 2만5653건
이 숫자는 경찰청에서 매년 집계한 가정폭력 신고 증가추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집 밖에서의 고된 하루를 마치고 사랑과 따뜻함으로 가득해야 할 가정에 폭력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가정폭력은 정부가 출범하면서 4대악으로 규정하여 중점과제로 삼았고 경찰도 2012년 여성청소년과를 신설하여 가정폭력의 112신고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지만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벌어지는 그 특성상 매일 마주하는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서 혹은 피해자가 형사입건 되면 벌금 등 그 손해가 고스란히 피해자 쪽으로 돌아오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 때문에 신고율은 10건당 1건 이하로 매우 낮은 실정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우려와 달리 가정폭력 사건 사후대책에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있다.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가해자를 형사처분하는 대신 '가정보호사건' 절차에 따라 징역, 벌금 대신에 접근·통신·친권제한, 사회봉사, 치료 및 감호위탁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 피해자는 비밀이 보장되는 임시숙소를 지원받을 수 있고 여성긴급전화 1366센터와 연계하여 최대2년까지 보호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가정폭력 상담소와 무료 상담은 물론 만약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경우 '긴급복지지원법'에 따라 관할 시장·군수·청장에 신청하여 생계 및 치료비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좋은 제도들도 피해자의 신고 없이는 아무런 효력을 낼 수 없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 '112'버튼을 눌러주어야 한다.

힘들고 가슴 아픈 사랑을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지켜낸다는 명분으로 계속 참기보다는 용기 있게 신고하여 가정의 멍들고 아픈 곳을 다시 한 번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가정이 더 끈끈하게 살아 갈 수 있는 방법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