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은정 순경 = 서산경찰서 동부파출소] 기록적인 폭염, 찌는 듯한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가 싶더니 어느덧 나뭇잎들이 노랗고 빨갛게 색깔 옷을 갈아입고 있다. 본격적인 단풍철을 맞이해 관광객들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떠나고 있고 관광버스를 대절하는 단체 관광 역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눈도 마음도 즐거워야할 이맘때면 뉴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는 관광버스 안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틀어놓고 기분 좋게 술도 한잔 걸치고 버스가 마치 나이트클럽인양 신나게 몸을 흔들어대며 춤을 추는 이른바 '춤바람 관광객'들이다. 기분 좋은 여행길에 친목을 도모하고 아름다운 가을풍경을 감상하고자 하는 취지는 좋지만 흥에 못 이겨 목숨까지 내놓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관광버스는 차체가 크고 다수의 승객들이 탑승해 있기 때문에 일단 사고가 났다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쉬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일어서있는 상태에서 춤을 추는 경우에는 가벼운 접촉사고만으로도 차 밖으로 튕겨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고, 버스운전자의 안전운행을 방해해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교통안전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 6월까지 버스 운전사 373명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었고 이중에서 166명이 혈중 알콜 농도 0.1% 이상의 만취상태였으며, 이들은 대부분 전날 마신 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을 하거나, 운전 중 승객들이 권하는 술을 사양하지 못해 받아 마신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본인들이 버스 내에서 음주를 하는 것만으로 모자라 버스운전사에게도 음주를 권하는 행위는 자살행위를 넘어 버스운전사가 교통사고를 내도 좋다고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법은 이러한 행위를 막기 위해 어떤 규정을 만들어 놓았을까.
도로교통법 제 49조에 '운전자는 승객이 차 안에서 안전운전에 현저히 장해가 될 정도로 춤을 추는 등 소란행위를 하도록 내버려두고 차를 운행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조문이 있다. 이를 위반한 버스운전사는 범칙금 10만원에 벌점 40점, 40일의 면허 정지처분을 받게 된다. 이러한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양심불량 버스운전사들은 보란 듯이 버스 내부 뒷 자석의 구조를 변경해 음주용 테이블과 노래 반주기를 설치해놓고 관광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경찰의 인력부족으로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매년 행락철이면 반복되는 음주소란이 난무하는 관광버스, 도로 위를 달리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즐거움만을 추구하고 목숨을 내놓느니, 흥은 조금만 자제하고 안전하고 여유로운 여행길이 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을철 관광버스를 이용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이길 바라며, 성숙한 여행 문화가 자리 잡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