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대원 순경= 일봉파출소 4팀] 데이트 폭력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서로 교제하는 연인 사이에서 둘 중 한 명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신체적, 정서적, 성적, 경제적 폭력의 위협 또는 실행'. 데이트 폭력은 예전부터 있어왔으나 최근 자신의 전화를 퉁명스럽게 받았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무차별 폭행한 의전원 사건으로 인해 작년 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데이트 폭력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하면 당사자 모두 데이트폭력을 '사랑싸움'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 데이트 폭력은 폭행, 협박부터 시작하여 성폭력, 살인까지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리 가볍게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가해자들의 무려 76.6%가 전과자라고 하니 한 번 가볍게 여겼다가는 데이트폭력이라는 악순환의 반복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우선 이 글은 데이트폭력에 관한 판단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글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경찰에서는 데이트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경찰서별로 '연인간 폭력 대응 TF팀'을 구성하여 데이트폭력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가해자의 처벌과 함께 피해자 보호 및 데이트폭력 예방에 초점을 둔 치안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만큼이나 필요한 것이 데이트폭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이를 엄중 처벌하는 것인데, 어디까지 '연인'으로 볼 것인지 등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데이트폭력에 관한 특례법은 제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영국에서는 데이트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일명 '클레어법(가정폭력 정보공개제도)'을 추진 중인데, 법의 골자는 '연인의 전과사실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데이트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과연 연인의 전과를 공개하는 것이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논쟁의 여지가 많다. 사회적으로는 데이트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 데이트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강한 정서적 친밀성을 보인다는 그 본질적인 특성 때문에 당사자 개인의 올바른 판단과 노력 없이는 근절될 수 없다.

따라서 데이트 폭력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데이트 폭력이고 자신의 사건이 데이트 폭력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력을 갖추는 것이 데이트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키포인트다. 서론에서 언급했지만 데이트 폭력에는 신체적 폭력 뿐만 아니라 정서적, 성적, 경제적 폭력도 해당한다. 때리는 것 외에도 고함치거나 욕을 하는 행위, 강제적인 성관계 요구, 옷차림을 제한하거나 핸드폰을 점검하는 행위 모두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

'폭력'이라는 단어 때문에 신체적 폭력만을 떠올리면 안 된다.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 상담소의 상담통계에 따르면, 각 유형 중 정서적 폭력이 전체의 80%를 넘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신체적 폭력이 그 다음을 이었다. 단순 의견충돌의 수준이 아니라 상대가 나에게 욕을 하고, 고함을 치고, 위협을 가한다면 그 행위를 데이트 폭력이라 여겨야하고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또한 주목해야할 점은 데이트폭력 피해자는 20~30대에 많이 분포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10대에서부터 60대까지 피해자가 분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장년층에서도 언제든 데이트폭력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경각심을 가져야한다.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지만 데이트 폭력이 뿌리 뽑히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무엇이 데이트폭력인지 잘 몰라서, 데이트폭력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몰라서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피해자는 데이트폭력을 단순히 '사랑싸움'으로 치부하고, 신고를 하고 상담을 받는 것에 소극적이다.

그러나 위에서도 말했듯이 데이트폭력은 살인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만약 데이트폭력을 겪고 있다면 지금까지 데이트폭력에 대해 설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길 기대한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112로 전화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