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병열 순경 = 서산경찰서 동부파출소] 웃음과 행복이 피워나는 그곳, 밖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욕을 먹어도 안에서만큼은 내편들이 있는 그곳, 그곳은 바로 가정이다. 만약 나의 안식처가 전쟁터가 되어버린다면 얼마나 괴로울까? 서로 모르고 자라왔고 피도 나누지 않았던 사람들이 만나 형제들보다 가까워져 결혼을 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지금은 누구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되고 무서워하는 사람이 되면 얼마나 괴로울까?

누구보다 서로 보듬고 아껴주어야 할 존재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의 신고건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든다. 일면식이 없는 사람간의 폭행사건에 관하여도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가족 간에 일어나는 가정폭력 사건에 관해서는 그 누구도 가해자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옛 말에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속담이 있다. 부부싸움은 아무리 부부라도 같은 인격체가 아니기 때문에 의견 차이에서 일어나는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단순한 부부싸움과는 구별해야한다. 싸움은 양자 간의 갈등상황이지만 가정폭력은 힘의 균형이 깨진 일방적인 폭행이므로 범죄 행위일 뿐만 아니라 가정이 폭력학습의 장이 되어 사회전반에 폭력의 재생산과 악순환을 낳게 되기 때문이다.

여러 자료에 의하면, 배우자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소유의식,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자녀들을 학대하는 잘못된 인식, 그리고 남의 집 일에 끼어들어 좋을 것 없다는 사회적 인식으로 인한 무관심 등이 가정폭력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족 내에서는 부부 간에 서로 존중해주고 나의 소유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서 대우해주며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 남의 집 일이라도 최소한의 관심을 보인다면 한 가정이 비극으로 가는 일을 막을 수도 있으므로 피해자들도 은폐하거나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
 
자신이나 내 이웃이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즉시 112로 전화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신고하기 부담스럽다면 즉각적인 피해상담을 받을 수 있는 여성 긴급전화(국번 없이 1366)가 있다. 이곳에서는 피해자나 피해자의 자녀가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상담과 법률지원, 의료지원 및 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 등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와 관련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하며 가정폭력을 가족 간 문제가 아닌 사회적문제로 인식해, 가정이 ‘전쟁터’가 아닌 웃음과 행복이 피워나는 곳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하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