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배용택 경장 = 대산지구대] 경찰에 입문하여 가출 청소년 문제,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아이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처음으로 그룹홈이라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룹홈은 소규모 시설로 공동으로 생활하는 가정을 뜻하는 것으로 사회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아동, 청소년 등을 각각 소수의 그룹으로 묶에 가족적인 보호를 통해 지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나 제도를 말한다. 그 중 97년도부터 서울시에서 도입한 복지제도로 보호가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가정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착안되어 한 명의 관리인과 아이들 4~5명이 가족처럼 살도록 한 제도로 우리 지역인 서산·태안에도 수개의 그룹홈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서산·태안에서 운영하는 그룹홈은 가정의 해체, 가정 폭력, 학대, 유기 등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은 물론 가정 내 불화와 부적응을 이유로 가출한 아동들에게 가정과 비슷한 주거 환경에서 아동의 개별적 특성에 맞추어 보호 양육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룹홈은 시설과는 달리 가정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어 또래 집단 내의 대인 관계 형성과 함께 가정의 형태로 지역사회에 녹아들어 시설아동으로의 낙인화를 예방할 수 있어 그 활용이 높고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가족과의 분리를 목적으로 두지 않고 가정적 양육와 지원을 통한 원래의 가족으로의 복귀나 자립을 목적으로 하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UN아동권리위원회의 각 국가별 권고사항 중 그룹홈 확대 및 위탁 가정에 대한 재정적 지원, 탈시설화 사항이 들어가 있는 실정이고 특히 우리나라 같이 대형 아동 보호 시설이 많고 보호 대상의 거주 기간 또한 긴 나라의 경우 지속적인 권고를 내리고 있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그룹홈의 역할과 시설 운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그룹홈 운영의 지원이나 복지는 미숙하기만 하다.

대도시의 경우 그룹홈을 관리하는 전문적인 중앙 센터가 있어 중앙 센터에서 행적적인 업무와 자금 지원, 물자 조달을 담당하여 그룹홈을 운영하는 관리인은 오로지 아이들의 생활과 관계 개선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으며 금전적인 부분에도 모자람 없이 충분한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터전인 서산 태안의 경우에는 그룹홈을 관리하는 관리인 혼자서 7~9명의 아이들을 돌보면서 그와 동시에 행정 업무 때문에 시청과 군청을 수회 방문해야 하고 또 서류 정리 절차 또한 어려움이 많아 많은 시간을 행정 업무를 하는 데에 뺏기고 있다.

실례로, 그룹홈을 운영하는 관리인은 계약직으로 24시간 아이들과 거주지에서 생활하면서 한달 120여 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또 시설을 운영하는 지원금은 아이들의 기초생활 수급비를 이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한 아이가 시설에 입소하여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기까지의 행정 절차와 기간이 한 달에서 길게는 두 달까지 길게 늘어지는 경우가 많고 단 기간 시설을 이용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경우는 그 마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수급비가 나오기 전까지 관리인들은 사비를 이용하여 아이를 돌보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다.
한 그룹홈 관리인은 그저 아이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결혼도 하지 않은 채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열악한 근무 환경과 복지, 답답하고 복잡한 행정 등의 이유로 현재 있는 아이들 몇 명이 떠나게 되면 이제 더 이상 그룹홈을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청소년 문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부모와 가정의 역할이다. 부모와 가정의 역할 모델이 없는 아동에게 그룹홈이라는 대안 가정은 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방안이 되는데 이러한 그룹홈이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문을 닫게 된다면 부모의 역할 부재를 대신할 소중한 곳을 잃게 되는 것으로 그로 인한 피해는 우리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