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정원경위= 천안동남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최근 서울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부산 길거리 무차별 폭행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특히 여성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여성을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간 원한 관계가 없고 불특정 대상으로 일어난 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여성들의 공포가 심화되고 있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일어난 묻지마 범죄는 163건으로 매년 50건 이상 발생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이고, 범죄원인으로는 정신질환이 59건으로 가장 높았고, 마약·알코올 남용이 58건, 현실불만이 39건이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불만 등이 정신질환과 악물중독 등으로 이어져 축적된 분노를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격으로 분출하는 게 '묻지마 범죄'라고 한다.

무엇보다 남녀 성대결을 벗어나 여성이 우리 사회에서 약자라는 점을 인정하고, '묻지마 범죄'를 개인 문제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사회가 소외되고 억눌린 사람들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과 일본 등에선 이미 1980년대부터 묻지마 범죄가 사회문제로 대두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공동체 의식을 복원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 '묻지마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불만이 있는 소외된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시급하고, 경제적 불평등 자체를 완화하는 복지 정책 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