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ctn]이재필 기자 = 지난 18일 충남 태안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이송설비 작업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이던 플랜트 노동자 2명이 60m 아래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60m 높이의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노동자들의 사고 이면에는 부실한 설계와 안전관리 부재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발주처인 한국서부발전과 원청업체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이번 사고를 은폐·축소하려 하고 있다는 의혹과 함께 공사기일을 맞추려 설계를 변경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석탄이송통로 공사 붕괴 사고는 두개의 발전소 사이에 석탄이송 통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철제 구조물이 콘크리트 무게를 이기지 못해 데크플레이트가 이탈하면서 발생했다.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설계 부실인지 설계에 맞는 자재를 사용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면서"현재 설계도면 등 시공 내용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한 상태"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시공을 맡았던 에스아이테크 C모 현장소장은 "갤러리의 H빔 보강 지지가 보통 3.3m당 한 개씩 가로로 들어가는데 이번 석탄통로에는 5.5m당 한 개씩 이었다"면서 "설계에서 하중 계산법은 모르지만 경험상 콘크리트 하중을 못 이겨 붕괴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설계 자체에 문제가 아니냐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취재진은 현대삼호중공업 K모 차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바쁘다는 핑계로 거부하고 에스아이테크 C모 소장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K모 차장은 "C 소장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다른 갤러리에도 3.3m와 4m, 5m 씩의 설계가 돼 있고 각 구조와 환경에 따라 설계됐다"고 해명했다.

이에 취재진은 서부발전측에 설계부실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의혹 해소를 위해서라도 설계도를 언론에 공개를 요청했으나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해 의혹은 한층 증폭되고 있다.

이 사고와 관련해서 지역 주민들은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의혹을 해소해야 할 한국서부발전이 설계도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무언가 구린 구석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비꼬았다.

플랜트 관계자 역시 "데크플레이트 하부가 콘크리트의 하중을 못 이겼다는 건 설계구조상 보강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며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설계미흡 때문에)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하고 석탄을 이송시키는 과정에서 어차피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석탄이송 통로 공사는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설계했으며, 에스아이테크는 시공 하청을 받아 설계도면대로 공사를 진행한 걸로 나타났다.

현재 경찰과 고용노동부 조사관들은 사고 당시 에스아이테크 작업반장과 현장소장 등을 상대로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에 있으며 설계부실과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태안화력 IGCC와 9·10호기 건설현장에서는 이번 2명의 사망사고를 포함해 최근 5년 동안 8명이 숨지고, 22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안전 불감증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재필 기자 jefeel2@naver.com 이재필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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