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집권 2년이 되어가는 올해는 3대 개혁 논쟁과 엄중해진 경제·안보 위기로 정국 뇌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더구나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게임의 규칙이 정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바라본 대한민국의 정치는 실종되었다, 아니 폭삭 망했다.

얼마 전 중국을 찾은 ‘안나레나 베어복’ 독일 외교부 장관이 대만, 인권, 우크라이나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현안을 놓고 할 말을 하며 중국 측과 이견을 숨기지 않았다. 공식 석상에서 “중국 내 인권 제한이 우려한다”는 말까지 했다. 이에 따라 중국 측 카운터파트와의 설전을 방불케 하는 장면도 등장했다. 배어복 장관은 독일의 ‘신호등(사회민주당-빨강, 자유민주당-노랑, 녹색당-초록) 연립정부’에서 녹색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가치 중심 외교를 지향하는 강경한 대중국·러시아 외교를 주도하는 대표하는 인물이다. 베어복 장관의 거침없는 메시지는 14일 친강 부장과 베이징서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개됐다. 로이터가 보도한 영상에서 베어복 장관은 대만 문제의 민감성을 이해하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굳게 지지하지만, ‘갈등은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을 일방적인 무력을 사용하여 현상을 변경하려 한다면 유럽인들은 결코 못 받아들일 것이라 말했다. ‘이것이 정치의 갑론을박이다. 우리 정치는 이런 깔끔한 정치적 표현(wording)이 없다, 아니 사라졌다.

그렇다, 어느덧 바람에 진 벚꽃처럼 대한민국의 정치가 실종되었다. 살펴보면 정치가 문제 해결의 도구가 아닌 ‘문제 자체’가 됐다는 자성에는 진영도 여야도 없이 모두 볼멘소리하는 형국이 되었다. 이제 정치가 회복돼야 한다는 다짐의 말도 넘쳐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다짐과 자성 이후 정치가 뒤따라오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 우선순위에선 통합과 협치가 빠졌고, 거대 양당은 극한 충돌을 이어갔다. 양 끝으로 내달린 극단의 정치는 ‘정치 실종’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 국민 모두는 정치 실종의 목격자가 되었다. 더구나 혐오의 정치가 국회 안으로 들어오면서 차별금지법 등 혐오 극복을 위한 정책은 사라졌다. 극단적 정치가 광장의 극단의 언어를 부추기고, 수위를 높인 언어를 다시 제도권 정치가 받는 악순환이 강화됐다. 여기에 ‘개딸들과 태극기부대’가 서로 엉켜 치고받는 난장판이 되었다. 대체 정치는 어디로 간 것인가. 양당 모두 현안에 도사린 뇌관을 해체하고 진영 정치의 틀을 해체하는 답을 도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국민의 대표라고 불리는 정치인들이 갖는 정치권력은 자기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을 빌려온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인들은 철저하게 국민을 위해서만 정치권력을 사용해야 하며, 그들의 정치 목적은 ‘오직 국민’이어야만 한다. 국민 이외의 다른 것이 정치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변화를 꾀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변화를 개선과 진보로 보았지만, 플라톤은 변화를 이데아로부터 멀어진 몰락과 부패, 즉 ‘레트로’로 보았다. 바로 지금 대한민국의 변화가 그렇다. 붉은 사상에 물든, 무능하고 뻔뻔하고 부패한 정치 집단이 우리를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반동의 시대로 몰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보라, 활보하는 간첩들과 구멍 난 안보, 청소년에게 마약이 공급되는 나라, 저급한 정치와 성장 없는 경제, 과도한 복지와 국가, 기업, 개인이라 할 것 없이 쌓여 가는 빚더미, 복수(複數)의 정치가 실종된 모지리 국회, 50억 클럽의 오명을 쓰고 법치가 아니라 법치 문란의 가운데에 선 법원, 그리고 한국판 괴물 리바이어던이 된 선거관리위원회, 시민 없는 시민단체, 노동 없는 노동 단체, 과거로만 치닫는 역사 인식, 절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에너지믹스, 농협창고에 남아돌아 썩어가는 쌀, 헛말 해대는 도청당한 대한민국 정부 등등.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현주소이자 우리의 민낯이다. 자, 이제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대처할 방법이 있기나 한 건가, 있다, 당연히 있다. 정치는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나 군사 영역의 일을 성취하는 데에 근원적인 힘은 마음가짐, 즉 도덕성이다. 옛날 삼국시대에 위(魏)나라의 황제 자리까지 올라간 조조(曹操)는 눈앞의 공을 세우기 위해 도덕성은 형편없어도 정치와 군사의 기술을 가진 자들을 발탁해서 썼다. 그러나 그는 얼마 안 있어 ‘내가 한때를 구제하려고 풍습이 번잡해져서 결국 진조(晉朝) 이래 염치의 도가 사라진 줄은 몰랐구나.’고 한탄했다. 이렇듯 도덕성을 무시한 근시안적 정책은 결국 자폭의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도덕은 모든 것의 기본이다. 물론 도덕 속에 염치는 언제나 존재해 햇살처럼 빛나지 않았던가. 개인이든 국가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그 해결을 찾아보자.

그리하여 독일의 배어복 장관처럼 우리네 장관은 언제쯤 중국과 미국에 할 말은 하는 시대를 만들어 낼까? 뉴스 시간을 도배하다시피 한 정치인과 그를 결사옹위하는 한 정당의 실체만 보더라도 ‘민주는 무슨 개뿔’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 정치인은 정치인이 아니고 그 정당은 정당이 아니다. 이제 대한민국도 우리가 알던 그 대한민국이 아니다. 한류를 다져 굳건히 하여 다시 한번 수출 한국, 문화수출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대한민국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