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時雨)


- 신영인




오늘은 종일 봄비님이 오시네요

간질간질한 우듬지에 돋은 애기 잎에도

길 건너 흙먼지 땅에서 아련히 보던 누렁이 맑은 목구멍에도

`찰보동 찰보동 맹물 넘어가는 저 아름다운 소리` 들려옵니다

새벽엔 아직 푸르게 밝아오지도 않은 창을 열고 한정 없이 빗소리를 마셨습니다

흙비라도 좋아

베어진 마음 위에도 동쪽바다 타버린 솔가지 위에도 넉넉히 오세요



이제나 저제나 올까

매화 봉오리마냥 그리워 속을 태우다

봄비님이 오시기에 하냥 기뻤답니다



이런 날은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벼루에 받아

벗에게 편지를 썼다는 옛 선조들 흉내라도 내어봐야 겠습니다.





[약력]
신영인(號, 陶潭 申榮仁)


1977년 충북 단양 출생,
제천 여자고등학교 졸업,
청주대학교 사범대 음악교육과 졸업,
현, 인의 한방 의료봉사단 운영위원장

달빛을 길어 올려 옹기로 빚은 질그릇에 담아낸 작은 연못, 陶潭은 옹달못이다.
여리고 순한 이들 목축이는 글을 쓰고자 하는 작은 물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