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ctn]김태연기자 = 메소밀 등 고독성농약으로 인한 사상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농촌진흥청이 등록취소된 농약을 타당한 법적 근거도 없이 시중에서 사용되도록 4년간 방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천안을)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촌진흥청은 농림축산식품부·지자체와 공동으로 2015년 9월부터 3차에 걸쳐 고독성농약 총 6,576병을 수거했다.

2015년에는 9월 1일부터 11월 27일까지 두 번에 걸쳐 고독성농약 총 1,325병을 회수했고, 이듬해인 올해 4월 1일부터 한 달간 총 5,251병을 회수한 바 있다.

이 때 회수된 고독성농약은 ▲메소밀 액제 ▲디클로르보스 유제 ▲메티다티온 유제 등 9종으로, 재등록신청을 하지 않아 2011년 12월 7일 등록이 취소된 것들이다.

문제는 이들 고독성농약의 회수시점이 등록취소된 이후 즉시 수거 등 합당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다가 4년이 흐른 뒤 당국에서 부랴부랴 회수조치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현행 「농약관리법」제8조에 따라 농약제조업자는 농촌진흥청장에게 농약을 등록해야 하는데, 이 절차를 거쳐 등록되지 않은 농약의 경우 동법 제21조에 의해 보관·판매할 수 없도록 금지돼 있다.

농촌진흥청은 해당 고독성농약은 제조 당시 등록된 품목이었기 때문에 등록취소된 이후에도 유통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근거는 정확히 마련돼 있지 않아 농약관리에 제도적 허점이 지적된다.

농촌진흥청의 주장대로 이미 생산된 제품의 경우 약효보증기간까지 유통이 가능하다고 해도 수거조치가 늦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농약에는 약효보증기간이 있어, 이 기간이 종료된 제품은 법 제21조에 따라 보관·판매될 수 없다.

그런데 고독성농약 중 하나인 메소밀의 경우, ▲동방아그로 등 5개 제조업체가 생산한 제품은 약효보증기간이 2014년 10월 31일부로 모두 만료됐다.

박완주 의원은 "5개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메소밀 제품은 2014년 10월 31일을 기점으로 수거했어야 하는데, 농촌진흥청에서 최초로 수거한 시점은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2015년 9월"이라며 늦장대응을 지적했다.

실제로 메소밀 등 고독성농약의 수거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 첫 수거를 실시하기 전인 2015년 7월 경북 상주에서 사이다에 메소밀 성분의 농약을 넣어 마을 주민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중태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두 차례에 걸쳐 수거조치가 실시된 이후에도 농약사건은 끊이지 않아, 이듬해인 올해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메소밀 농약사건으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박완주 의원은 "1·2차 수거당시 한 달 평균 441병이 수거됐는데, 올해 발생한 메소밀 농약사건 이후 실시된 3차 수거에서는 한 달만에 부랴부랴 5,251병을 수거했다"며 "사건사고 발생 뒤에 유상으로 현금을 지급하면서까지 고독성농약을 회수했는데, 이는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등록취소된 농약에 대한 수거 등 관리규정이 미비한 상황에서 농촌진흥청의 안일한 대응이 사건사고를 키웠다"며 "수거해야 할 고독성농약이 얼마만큼인지도 모르는 농촌진흥청은 지금이라도 농약관리제도를 전면 재점검하고, 등록취소 농약에 대한 안전관리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