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건 순경 = 서산경찰서 서부지구대] 지난 설 연휴 오랜만에 고향에 있는 친구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자연스럽게 음주운전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한 친구가 가장 억울한 게 있다며 경찰인 나를 보고 말한다. "술을 먹고 대리운전으로 집을 가는 도중에 음주운전 단속하는 곳이 한 곳도 없었을 때"라고 말하자 친구들이 공감하듯 '맞아, 맞아'를 연발한다. 대리운전을 하는 것은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것임에도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한낱 수단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우리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사회는 음주운전자에 대해 엄격한 비판을 가한다. 음주사고 인터넷 기사가 나오면 음주운전자에 대해 엄한 처벌을 해야 하며 더이상 면허를 못따게 해야 한다는 식의 댓글이 많이 달린다. 하지만 이것은 남의 얘기고 정작 자신의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죄의식을 안 갖는 경향이 많으며, 되려 음주운전하는 동료가 자신은 걸린 적이 없다는 점을 어필하면 자연스럽게 동승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승자에 대해 아직까지 형사처벌의 사례는 거의 없지만 민사법원에서는 음주운전차량임을 알고도 탑승하여 사고가 난 경우 동승자의 책임을 25~40%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러한 음주운전동승자를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 직장 동료들과 한 잔 더 하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낸 사건에서 일본법원은 음주운전자에게 징역 16년형을 확정했으며, 동승자 2명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각각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한 피고들에게 술을 제공한 식당 주인도 주류제공 혐의로 기소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했다. 특히 동승자에 대해서는 3년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일본의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동승죄를 적용하지 않고 10년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형사법상 위험운전치사상 방조죄를 적용하여 더 큰 형량을 선고함으로써 음주운전 동승자에게 중한 형사책임을 지게 하였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동승자 처벌법은 없지만 동승자가 방조범으로 처벌을 받을 수는 있다. ‘방조’란 정신적으로 또는 물질적으로 음주운전자의 범죄행위를 돕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판례를 보면 운전면허 없는 사람에게 승용차를 제공하여 무면허 운전을 하게 한 경우에 방조범이 된다는 판결(대법원 2000. 8. 18. 2000도1914)이 내려진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형법상 방조범의 경우 정범보다 필요적으로 감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여전히 처벌은 미약하다.

최근 우리나라는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 정지수치인 0.05%에서 0.1%사이는 6월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이하의 벌금에서부터 취소수치인 0.1%에서 0.2%사이는 6월이상~1년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이상 500만원이하의 벌금, 0.2%이상이나 측정거부, 3회이상 적발은 1년~3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이상~1,000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하여 진다. 특히 0.2%이상이나 측정거부, 3회이상 음주운전시에는 긴급체포 되는 범죄에 해당되는 중범죄에 해당된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과 무고한 피해자를 막기 위해 한잔 술이라도 먹으면 절대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된다는 의식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할 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