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민태 순경 = 청양경찰서]어린 시절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아버지의 한손에는 통닭과 다른 손에는 맥주를 사오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리고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통닭을 먹다보면 아버지가 항상 즐겨 말하였던 "시원하다~, 이 맛에 산다" 고 말하며 행복해 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는 술과의 좋은 추억이다.

그 후 경찰관이 된 지금의 내 모습과 흔히 우리의 고객(?)인 '주취자' 는 술에 대한 내 좋은 기억을 빼앗아 가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정' 과 '술' 이 아닐까 싶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술(酒)이고, 흥이 많은 백의 민족의 흥을 돋구는 것 역시 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노애락을 함께 한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③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6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 중에서 '술에 취한 채로 관공서에서 몹시 거친 말과 행동으로 주정하거나 시끄럽게 한 사람' 은 관공서 주취소란에 대한 조항으로 경범죄 처벌법에서 엄하게 다루고 있다.

다른 경범죄 처벌법 조항보다 엄한 이유는 ① 주취소란자에 대한 강력대처로 공권력확보 ② 공공질서의 유지로 국민의 권리보장 등 관공서(국가기관, 자치단체, 공무를 행하는 장소)에서 정당한 공무집행을 하는 공무원과 민원업무를 처리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에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지침에 의하면 주취소란자의 기준은 주취정도에 관계없이 소란자의 행동, 상태, 감지기 반응여부(0.03% 이상일 때 반응)에 따라 판단하고 주취소란의 행위에 대해서는 피해예상이 발생되면 충분하고 결과발생은 필요치 않다.

관공서 주취소란의 경우 벌금 상한이 60만원이지만 주거불명과 관계없이 현행범체포가 가능하고, 사안에 따라 형사입건하거나 즉결심판으로 처리하지만 초범도 사안이 중한 경우 형사입건이 가능하기 때문에 술의 기운(?)을 빌려 사건처리에 불만을 품고 관공서에 방문해 욕설 등으로 시끄럽게 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행동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등으로 변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사건처리 및 민원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정당한 절차와 정당한 요구 구제절차 활용 하는 것이 민원업무처리에 있어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민원인의 입장에서 복잡한 절차들과 이행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해 불만을 갖을 수 있는 입장이 이해는 가지만 우리사회는 더 이상 '정' 으로 감싸주기 보다는 '술' 에 대해서는 엄한 사회가 조성되고 있다.

술(酒)이란 어색한 사이도 '호형호제' 를 만들고, 어려운 이야기를 꺼낼 때 용기를 갖게 하는 '신비의 물' 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술에 대해 너무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갖고 있지만, 술에 대한 피해는 결국에 국민 중의 하나인 우리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한민국의 주도(酒道)권을 바로 잡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국민 모두가 술(酒)과의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가길 바래본다.